베가스로 아쿠스틱
모에 보이스 쿠소자코 주자의 이야기 145화 본문
축복의 끝에
신의 힘으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던 세계를 원래대로 되돌리자, 밤하늘이 펼쳐졌다.
로드 피닉스는 힘을 잃고 땅으로 떨어져갔다. 재생은 되었지만 더이상 싸울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분했다. 그저 샘났다. 그저 허무했다.
자신이 해 온 일도, 희생시킨 세계도, 이 감정도 전부 헛수고였을 뿐이었다.
사라져 없어지고 싶다. 로드 피닉스는 그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죽어서 끝내는 것조차도 할 수 없었다.
"...시오리!"
츠바사가 카가미 시오리의 이름을 불렀다. 아아 '이 세계의 카가미 시오리'가 정말로 샘이 났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해준다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시오리!!"
재차 츠바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뻐해라. 너희들은 앞길을 가로막은 적을 쓰러트리고 미래를 손에 쥐었다.
기뻐해라. 세계를 멸망시키는 괴물을 이렇게 죽일 수 있었으니까.
로드 피닉스는 눈을 감은 채로, 떨어져내렸다.
"시오리! 눈을 떠!"
세 번째, 바로 곁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로드 피닉스는 위화감을 느끼고 눈을 떴다.
그곳에는 손을 내뻗은 츠바사의 모습이 있었다.
"...나는, 더이상 시오리가 아닌데"
로드 피닉스는 웃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게다가 모든 것을 파괴한 자신이 이 손을 잡을 자격은 없었다.
'또 포기하는거냐!! 도망치는거야!! 그래! 그것도 카가미 시오리지!'
그것은 이 세계의 시오리의 목소리였다.
"그래...! 우리들은 손을 내뻗는 것을 포기하지 않아!! 또다시 잃어버릴까보냐!! 빼앗길까보냐!!"
츠바사가 기어에서 부스트를 뿜으며 가속했다.
'나는 당신이 될 수 없고, 되지도 않을거야... 하지만 당신은 내가 될 수 있어!'
츠바사가 로드 피닉스의, 카가미 시오리의 손을 억지로 잡아채 그대로 껴안아 해수면에 부딪치는 충격에서 지켰다.
---
하늘 끝까지 퍼져있는 푸른 하늘 아래에 펼쳐진 초원에 무지갯빛 결정의 파편이 널려 있었다.
"여기는..."
로드 피닉스가 눈을 뜨자 그 곳에는 알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여기는 나의, 카가미 시오리의 마음 속이야"
"그런가, 내 풍경과는 정말 다르구나. 어디로 가도 잿빛의 사막 밖에 없는 나의 세계와는"
결정 하나를 주워들어 응시하자, 시오리가 경험해온 기억이 흘러들어왔다.
"내가 저지른 실수를 하지 않았던 것... 그것이 당신을 카가미 시오리로서 계속 살아올 수 있게 해줬던거구나"
소녀가 쓸쓸하게 웃었다. 만약 자신도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만약 자신도 그것을 선택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래, 당신은 틀렸어"
그곳에 나타난 것은 츠바사, 이 세계의 츠바사였다.
시오리와 유나이트를 하고 있는 이상, 당연히 이곳에 올 수 있었다.
"나는... 어떻게... 어떻게 했어야 했던 걸까"
"모두를, 히비키 씨나 크리스 씨, 마리아 씨, 키리카, 시라베, 엘프나인, 사령관님에 오가와 씨, 후지타카 씨 유리 씨, 야츠히로 씨... 뭐 그리고... 그래, 후도 영감도... 모두를 믿을 수 있었다면 결과는 달랐을지도 몰라... 하지만 당신은 여기까지 왔어"
"그런가... 그렇지. 이미 전부... 끝난거, 지"
죽은 이는 돌아오지 않는다. 끝난 것은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아직 당신은 살아있어, 시오리"
츠바사가 불사의 소녀를 상냥아게 안아주었다.
"나는... 로드..."
"무모한 주제에 너무 고민만 해, 그리다 괜히 이것도 저것도 전부 짊어지고... 당신은 속절없이 카가미 시오리야"
츠바사가 소녀를, 다른 한 사람의 시오리의 존재를 긍정했다.
"아... 아아... 아아아아아아아!!!"
시간도 장소도 없어져버린 세계에서, 색을 잃은 세계에 파란색이 다시 빛을 냈다.
바라던 것을, 드디어 손에 넣었다.
"하지만... 하지만!! 당신은! 츠바사 씨는 이 세계의 내 것이니까...!"
"아니야. 애초에 그건 이상하다고 생각해!!! 어디까지나 내가 츠바사 씨의 것인거지! 그래도 츠바사 씨를 내가 독점한다는 것은 틀림없네!!! 뭐야! 커플링의 좌우*도 알 수 없게 됐잖아!"
"앗..."
생각해보면 그랬다. 어느 때고 자신 쪽이 츠바사에게 마음이 움직여졌었다.
자신의 세계의 중심은 츠바사였다.
"게다가 당신은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도 가지고 있어. 츠바사 씨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고 하는 욕망! 솔직히 말해서 나는 공이냐 수냐 하면 수 쪽이 앞도적이라 이길 것 같지 않으니, 그 공 속성을 원해"
"...시오리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즉, 저와 저, 하나가 된다면 딱 적당하게 되지 않을까요"
로드 피닉스는 죽지 않는다. 죽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만약 화해했다고 해도 로드는 또다시 영원 속에 방치되어버린다.
그래서 그걸 해결하기 위해 시오리가 생각한 것은 '동화'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나는 당신이 될 수 없지만 당신은 내가 될 수 있다는 말의 의미야. 나는 모두를 믿고 있으니까, 홀로 짊어지지 않아. 당신은 이 세계에서 다시 한 번 모두에게 신뢰받는 카가미 시오리가 될 수 있어"
그것은 카가미 시오리가 선택한 '축복'이었다.
"하지만 그런짓을 하면 너도! 나처럼 죽을 수 없게 돼서...!"
"절대라는건 없는거야. 피닉스는 말야... 목숨을 세계에 환원시킬 수 잇어"
그 사실은 한때 인주의 신, 그리고 만나왔던 피닉스들이 알려준 것.
레이라인을 통해서, 별에 목숨을 되돌리는 방법이었다.
"그런게... 가능하다니..."
"내가 혼자였다면 알지 못했을거야. 나는 선택했어. 다음은 당신이 선택할 차례야 '카가미 시오리''
이것이 최후에 선택이자, 최후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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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카로마노이즈가 무너져내려 먼지가 되었다.
"이걸로 끝인가, 저 쪽도 끝난 것 같은데 꽤 늦네"
다울다브라를 장착한 캐롤은 하늘이 원래대로 돌아간 것을 보고, 이미 승부가 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꽤나 멀리까지 갔던게 아닐까"
"그럼 맞이하러 가는거에요!"
"하지만 엇갈릴지도 몰라"
마리아 일행은 츠바사와 시오리가 향한 방향을 바라보았다. 이미 지평선이 하얗게 물들고,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괜찮으려나, 시오리 씨도 츠바사 씨도"
"괜찮아 미쿠, 두 사람이니까"
"당연하지, 분명 꽁냥대면서 돌아올거야... 봐, 보인다"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눈치챈 사람은 가장 시력이 좋은 크리스였다.
손을 흔들며, 떠오르는 해를 등지고 날아오는 츠바사와 시오리의 모습이 보였다.
엑스드라이브로 인해 붉고 하얀 피닉스 기어와 파랗고 하얀 아메노하바키리, 두 삶은 함께 새벽녘의 하늘을 날아, 무사히 돌아왔다.
"보아하니 품고 있던 문제도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었던 것 같네"
"네, 다들 그 때 여러가지 도움을 주셔서 정말로 감사해요. 물론 캐롤, 당신도"
"신경쓰지 마라. 내게도 이득이니까 한 일이니. 줄곧 찾고 있던 답을 찾았다... 그걸로 나는 충분한 보답을 받았어"
가설본부의 앞에 내려선 시오리가 제일 처음으로 말을 건 것은 시오리의 상태를 잘 알고 있던 캐롤이었다.
신의 힘도, 신 죽이기의 힘도, 불사의 힘도 남아있지 않은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확실히 보증받은 시오리는 안도했다.
자신을 괴롭히던 세 개의 숙명을 피닉스 기어의 힘으로 소각해서 힘으로 바꾸었다. 약간 남은 신의 힘도 지금은 벗은 쉐무하의 팔찌에 남은 것 뿐이었다.
"시오리 씨, 츠바사 씨... 다른 하나의 시오리 씨는 어떻게 됐나요"
다음으로 말을 걸어온 사람은 히비키였다.
시오리와 츠바사 둘만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시오리는 쥐고 있던 펜던트를 보여주었다.
"이건, 그녀와 융합하고 있던 이카로스 기어야"
"...그렇...군요"
"타치바나... 그녀는 이곳에 있어. 이 세상에 목숨을 되돌리는 것을 선택했어"
다른 한 사람의, 로드가 되었던 카가미 시오리는 자신의 목숨을 세계에 되돌리는 것을 바랐다.
빼앗아 온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쌓인 죄가 너무나 무거웠다. 이 세계의 카가미 시오리와 하나가 된다는 것은 그 '업'을 그녀에게 짊어지게 하는 것이 된다면서, 동화를 거부했다.
최후에 남긴 말은 '이미 충분히 구원받았다'는 한 마디. 빼앗아 온 것을 되돌리는 것. 그것이 그녀의 답이었다.
또다시, 언젠가 다시 태어나는 날을 믿고서, 그 목숨에 마침표를 찍었다.
"언니!!!"
카멜리아는 시오리가 돌아온 것을 알자 곧바로 달려와 그 기세 그대로 점프해서 시오리에게 달려들었다.
기어를 장착하고 있었기에 간단히 받아냈지만, 평소였다면 시오리는 그 기세에 뒤로 날아갔을 것이다.
"언니!! 언니!! 정말로 정말로 돌아오셔서 다행이에요!!"
"그래, 돌아왔어... 카멜리아"
"어서오세요!! 언니!!"
이렇게, 카가미 시오리와 세계의 운명을 결정짓기 위한 싸움은 끝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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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링의 좌우는 표기하는 순서에 따라서 공수가 바뀌는걸 말하는 것 같네요. 예를 들어 시오리x츠바사면 시오리가 공이고 츠바사가 수인거죠. 반대로 츠바사x시오리면 츠바사가 공이고 시오리가 수.
이제 다음 화가 마지막입니다. 길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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