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가스로 아쿠스틱
모에 보이스 쿠소자코 주자의 이야기 133화 본문
행복의 형태
헤드기어를 벗고 몸을 일으켰다.
"꽤나 오랫동안 했네. 수고했어, 엘프나인"
"마리아 씨, 고맙습니다"
눈을 뜬 엘프나인에게 마리아가 물이 든 페트병을 건넸다.
엘프나인은 현실 시간으로 8시간 정도 시오리의 의식 속에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의 밀도로 정보의 교환이 이루어졌다.
당연히 체력도 상당히 소모되었고, 정신적인 소모도 컸다.
하지만 엘프나인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시오리, 괜찮아?"
"...네, 어떻게든"
눈을 뜨면서 괴로워 하는 시오리를 츠바사가 안아 일으켰다.
가장 피곤한 사람은 정신 안에 '세 명'이나 들어와서 모조리 다 뱉어낸 시오리였다.
자신이 품고 있는 문제가 더욱 무거워져서, 간단히 해결하기엔 어렵게 되었다.
사라져버리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싶다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함께 짐을 나누는 믿음직한 동료가 있었다.
그러니 시오리는 좀 더 노력하기로 했다.
그래서 엘프나인도 노력하기로 했다.
"그래서 어때... 시오리는"
"간단히 설명하자면, 시오리 씨의 안에 있는 '신'은 전혀 문제 없어요. ...그렇지만, 시오리 씨가 걸어온 지금까지의 인생이나 경험, 그리고 신의 힘만으론 명확하게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의 '이상한 짐'이 들어와 있는 상태에요"
"이상한 짐...? 그건 무슨 말이야"
마리아가 머리를 기울였다. 츠바사는 '신을 짊어지는데도 문제 없음'이라는 말을 들은 시오리를 보고 곤혹감을 느꼈다.
"이미지로 설명하자면, 아직 뭘 만들까 정하지도 않았았는데 냄비에 어디서 왔는지 모를 토마토나 다진 고기가 나타나서 미트 소스가 만들어진 것 같은 상태에요"
"즉... '결과'만이 확정되어 있다는건가?"
"네, 시오리 씨가 바라든, 바라지 않든 상관 없이요. 말도 안 되는 인과를 강요당하고 있어요"
인과란 과거에 의해 결정된다. 그야말로 별의 운행에서 나비의 날개짓(버터플라이 이펙트)까지, 막대한 인과에 의해 세계는 움직인다.
그렇다고 하지만 버터플라이 이펙트도, 최초의 나비가 홀로 막대한 인과를 짊어지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모든 존재가 조금씩 쌓아가는 것으로 '사실과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예를 들자면 인간의 움직임은 '뇌에서 나온 전기신호', '신경', '근육', '혈액', '세포' 전부가 제 일을 하는 것으로 '분담'해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그 규모가 거대해졌을 뿐이다.
한 사람이 모든 책임을 짊어진다고 해도, 짊어지게 한 사람, 짊어지게 된 사람, 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 전부가 모여서 '인과'가 된다.
신의 힘은 거대하지만 우주 전체에서 보자면 그렇지도 않다.
아눈나키가 완전한 존재가 아니었던 것처럼, 인간 혼자서 우주를 멸망시킬 정도의 '인과'가 된다니 그런 것은 '말도 안 된다'.
쉐무하와 캐롤마저도, 신의 힘으로도, 시오리가 해 온 일도, 철학병기도 아닌,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인과'라고 밖에 '지금으로써는' 해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인과'에 대한 가능성 중 한 가지 예상되는 것이 있었다.
"그 인과를 떠미는 것은 대체 누구야"
"제 예상으로는, '미래의 세계'의 시오리 씨와 연관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피닉스는 미래에 존재를 확정시키는 것으로 부활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확정된 미래를 향해서 시오리의 인과가 축적되고 있다면 설명이 가능했다.
하지만 신의 힘으로도 '예측'은 할 수 있지만 '예지'까지는 불가능하다.
세계는 가능성에 의해 분기, 변화를 이어나가고 있다. 그 전부를 아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세계에는 유일무이, 확정된 사상이 있다.
생명의 끝.
몸이 썩고, 순환으로 돌아가는 것.
쉐무하나 피네, 캐롤은 정보로써의 자아를 남기기는 했지만 '육체'는 사라졌다.
흙으로 돌아가, 바람으로 돌아가, 물로 돌아가, 불로 돌아가.
사대원소에 분해되어, 또다시 이 세계를 구축하는 물질로써 순환하며, 다른 생명으로써 또다시 태어난다.
거기에 도달할 때 까지의 원소들의 여로에 의해 일아나는 것 또한 인과이다.
누군가가 죽고, 누군가가 태어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어쩌면, 언젠가 제가 세계를 멸망시킬지도 몰라요. 그러니 그 때는, 모두가 막아주실래요"
결코 확정된 미래는 아니다. 아직 '예측'이나 '예상'의 단계이다. 하지만 시오리는 각오하고 있었다.
언젠가, '미래의 자신'을 자칭하는 그것이 세계를 멸망시키지 않기 위해 시오리를 죽이러 왔던 일을 떠올리면서.
그렇게 두지 않기 위해, '선택'할 각오를 했을 터였다.
죽는건 무섭다. 그렇지만 죽이는건 더 싫다.
언제나 각오하는 것만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러니 싫어도 익숙해져버렸다.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받아들인 시오리가 있었다.
그러나.
"어째서, 어째서 시오리는 어째서.. 어째서 언제나 시오리가 짊어져야만 하는거야"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도 있었다.
츠바사였다.
"언제나 그래... 이것도 저것도, 다 떠맡고서, 싸우고, 상처입고, 그래서 최후에는 세계를 위해 죽으라는 거야? 시오리는 행복해지면 안 되는거야...?"
츠바사도 자신이 짊어져야 할 것은 알고 있었다. 지켜야 할 것도, 싸워야 할 이유도.
그래도, 그 이상으로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불합리하게 너무 많은 것들을 짊어지고, 신까지 되어서, 끝에는 바라지 않은 죽음까지 선택하려 하고 있었다.
그것이 정말로 참을 수 없었다. 견딜 수 없었다.
"내가 지키고 싶은 것들은 언제나, 내 손에서 떠나가버려..."
진정으로 이어졌던 츠바사이기에 이해해버렸다. 그 날에 혼돈의 신을 사람으로 바꾼 시점에서, 아니... 아담과 싸웠을 때부터 줄곧.
아말감으로, 시오리를 이 세계로 데리고 돌아왔을 때, 억지로라도 신의 힘을 떼어내고 왔어야 했다.
시오리는 그 날부터 줄곧 신인 채였다.
'믿는다'고 말하면서, 그 손을 놓아버린 것은 자신이었다.
"아니에요, 츠바사 씨"
무릎에서 힘이 빠져 주저앉아버릴 것 같던 츠바사를 시오리가 안아서 잡아주었다.
"저는 행복해요. 이렇게까지 제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생겨서. 제가 죽고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 생겨서"
"그래, 그렇지. 너는 줄곧 그런 사람이었지"
알고 있, 었다.
사람마다 행복의 형태는 다르다. 같은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조금씩 다르다.
그걸 알려준 이 또한 시오리였다.
"미안,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행복의 형태, 엇갈리는 두 사람의 모습을, 엘프나인과 마리아는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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