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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에 보이스 쿠소자코 주자의 이야기 131화 본문

번역 /모에 보이스 쿠소자코 주자 이야기- 심포기어

모에 보이스 쿠소자코 주자의 이야기 131화

아마노프 2019. 12. 21. 11:09

존재의 저편에서


 사람이 사라진다고 해도, 그 사람이 '존재'했다는 증거는 사라지지 않는다.
 카나데 씨가 죽어도, 츠바사 씨나 히비키 씨가 그 노래를 이어받은 것처럼.
 마리아 씨의 동생인 세레나 씨가 죽어도, 기억 속의 노래가 마리아 씨의 마음을 이끌었던 것처럼.


 피닉스가 나를 되살려준 것처럼.


 이 세계는 사라진 이를 잊지 않는다.


 살아갔던 증거가, 오늘이라는 날로써 남는다.




 이윽고 축복의 끝에, 천년 후의 오늘 다시 태어나, 다시 한 번 노래함을 믿고서.




---


 "카가미 시오리! 너는 어째서 죽지 않는거야...! 아버지는 불꽃에 불타서 죽었는데!"


 첫 만남은 일방적이었다.
 레이아의 기억에서 본 것은 심장이 꿰뚫렸음에도 불꽃을 두르고 일어서는 시오리의 모습이었다.


 붉게 빛나는 생명의 불, '정화'의 불은 과거, 캐롤의 부친인 '이자크'를 불태워버린 불꽃과 어찌할 도리 없이 겹쳐보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만들어진 '기적'의 결정은 아이러니하게도 연금술의 도달점인 '현자의 돌'과 동일한 것임을 한 번 본 것 만으로도 이해했다.


 부친에게서 받은 '명제'를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던 캐롤이었기에, 그것을 용서하지 못했다.
 자신의 수 백년이, 겨우 십 수년의, 하필이면 부모의 사랑도 받지 못한 계집에게 짓밟힌 기분이었다.


 하지만 계획이 시작된 이상, 갑자기 굴러들어온 '돌맹이'를 상대할 여유는 없었다.
 지극히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무시'해서 캐롤은 그 증오와 살의를 일단 씹어삼켰다.


 하지만 엘프나인의 시야와 기억을 훔쳐볼 때마다, 떠올랐다.


 '그렇지만, 대신에 또 다시 '이카로스'를 장착하는건 허락해 주시지 않을래요? 지금 제대로 쓸 수 있는 것은 그것 뿐이잖아요'


 그 몸을 좀먹은 '죽음'을 또다시 두르는 것을 각오하고, 전장으로 되돌아오는 모습.
 아르카노이즈나 오토스코어러와의 전투로 깊은 상처를 입었음에도 살아남고, 자신의 의지를 끝까지 지키는 모습.
 세상에 자신을 내보이고, 동료를 지키기 위해 싸우던 모습.
 엘프나인이나 동료와의 평온한 시간을 즐기던 모습.


 그것들은 당연히, 캐롤에게 전부 보여졌다.


 "반드시 쳐죽여주마"


 세계해부를 위한 최후의 수를 쓰기 전에, 직접 자신의 손으로 쳐죽인다고 결의할 정도로 살의를 내뿜었다.




 그리고 최초이자 최후의 대면.
 세계를 해부해가는 중 '반푼이'들이 샤토에 돌입해, 남은 세 명의 가희의 이그나이트라는 '장난감'으로 이기려 든다는 우습지도 않은 환상을 짓밟아버릴 때, 그것이 나타났다.


 짜증스러운 붉은 날개, 이카로스를 장착한 카가미 시오리였다.


 "세계를, 내가 있을 곳을 부수게 두지 않아!"


 다울다브라의 앞에선 개조되었다고는 하나 이카로스 따위, 쓰레기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시오리는 꺾이지 않았다. 몇 번이고 날개가 찢어발겨져도 재생을 반복해서, 몇 번이고 맞서왔다.


 "'카가미 시오리'라는 기적을 짓밟아주마! 이 잔혹한 세계가 갈라지는 축복의 비명을 들려줘라!!"


 진심으로 죽여버릴 셈으로 공격을 계속했다. 하지만 시오리는 그것을 피하며 거리를 좁혀왔다.


 그리고 개방의 '절창'으로 서로를 맞찌르기 일보 직전까지 왔었다.


 그 순간 방어가 제 시간에 맞지 않았다면, 기다리고 있던 것은 죽음. 지금까지 중 가장 캐롤의 간담이 서늘했던 싸움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막고, 이카로스가 불타버린 시오리를 다울다브라의 실로 결박해 매달았다.


 ――드디어, 드디어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반송장이 된 주자의 공격따위 무시하고, 실로 꿰뚫고 잡아당겨 카가미 시오리의 몸을 분해하려 했다.


 하지만, 날개가 꺾인 새는 아직 죽지 않았다.


 다울다브라의 실을 엿가락처럼 녹이고, 노래를 입에 담는 원수, 또다시 '불꽃'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났다.


 자신의 추억을 소각해서 힘으로 바꾸는 것처럼, 카가미 시오리도 생명을 소각해, 그것으로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전력으로 맞섰다.


 생명의 소각의 연비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른다. 눈 앞의 미지수를 상대로 자신의 추억이 다 타버리기 전에 승부를 낼 수 있을까, 이긴다고 하더라도 남은 주자를 쓰러트릴 수 있을까.


 캐롤의 마음에 남아있던 것은 그저 '질투'와 '증오' 뿐이었다.


 "네놈은!! 네놈은 정말로 뭐냐!! 나를 방해하기만 하고! 내가 모르는 짓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기적'에게 사랑받고!!!"


 머리에 피가 쏠려서, 냉정함을 잃은 것이 실수였던 것일까.
 허섭쓰레기라고 내려다본 그 자만심이 초래한 결과인지, 샤토가 '재구축'의 빛을 내뿜기 시작해...


 계획이 파탄나고, 자신의 꿈이 무너지며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이 샤토를 날려버렸다.


 그 뒤는 정말 지독하게도, 거의 모든 기억이 지워진 끝에 결국 '타치바나 히비키'가 내뻗은 손을 잡아버려... 엘프나인에게 몸과 생명을 맡기고, 존재의 끝을 맞이했다.


 그럴 터였다.




 암흑 속에서 잠든 캐롤을 흔드는 것 같은 감각. 빛이 내리쬐는 감각, 의식의 기저에 잠겨있는 추억의 찌꺼기가 또다시 모여 '다시 한 번, 태어났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증오해왔던 기적과도 같아서, 카가미 시오리의 재생과 닮아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은 캐롤의 의식은 동요하면서도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엘프나인의 행동에도 약간의 영향을 주었다.




 뿌리부터 완전히 사람 좋은 엘프나인은 누군가가 한 턱 낸다는 것에 저항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시오리가 한 턱 낼 때만은 함께 갔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용서 없이 가격이 비싼 메뉴만을 고르고, 시오리의 재정을 악화시키려는 노력을 했다. 


 그것이 서서히 에스컬레이트 해서 이런저런 놀이를 권하는 마리아나 키리카, 시라베, 그리고 히비키의 권유에도 응하게 되었다.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S.O.N.G.에서의 할 일에 넌더리가 나 투정을 부리게 되었다.
 실패해버린 요리를 버리지 않고, 한번 히비키와 시오리에게 먹여볼까 하고 생각했다.
 

 ...즉 딱 엘프나인 수준의 저항심이 생겼다.


 그리고 캐롤은 자신의 의식이 재구축된 원인을 깨닫게 되었다.


 엘프나인의 경험에 의해, 한 때 부친에게서 느낀 '사랑'을 '다시 체험'함에 따라 재 안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물론 그 뿐만은 아니었다. 엘프나인 자신이 몇 번이나 캐롤의 기억을 엿보려 시도하며 '손을 뻗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해'
 그것은 연금술의 답이다.


 이해하기 위해선 스스로 움직이고, 계속해서 손을 내뻗을 것, 그리고 모르겠다고 해서 없애버리지 않을 것.
 알 때까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포기하지 않고 손을 뻗는 것이야 말로, 필요한 것이다.


 "타치바나... 히비키!! 엘프나인!!"


 많은 인간을 죽이고, 세계를 없애버리려고 한 자신에게, 캐롤 말뤼스 디엔하임에게 몇 번이고 손을 내민 두 사람에게 자신이 품은 감정의 이름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너희들에게 감사하고 있는 것인가...!? 너희들을... 사랑해버린 것인가!?"


 그리고, 그녀는 다시 태어났다.




 "섣불리 타인의 추억을 엿보지 마라! 이 멍청한 녀석!"




 침식하는 결정을 부수고, 엘프나인과 시오리의 기억의 결정의 연결을 끊으며 나타난 캐롤.
 그것은 시오리의 기억과 연결된 것으로 '죽음에서 되살아난' 감각을 감지하고,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누구보다도 증오한 기적에 의해 캐롤은 또다시 '연금술사'로서 되살아났다.




 "캐롤...!!"
 "놀랍군. 인간은 언제부터 기억에서 부활할 수 있게 된 것이지... 오천 년... 내가 모르는 일 투성이군"


 경악하는 이 의식세계의 주인과 창조신을 방치한 채, 캐롤은 놀란 얼굴로 굳어있는 엘프나인을 꽉 껴안았다.


 "나 참, 네 녀석도 바보고... 저 녀석도 바보고... 이 녀석도 바보다... 이 세계는 바보 뿐인가!!!"


 그것은 한 때 이해하기를 포기하고 모든 것을 없애버리려고 했던 자신을 향한 말이기도 했다.


 사람의 마음은 간단하게는 이해할 수 없다. 설령 그 개념을 전부 이해했다고 해도, 그 마음에서 만들어지는 노래, 감정까지 수치로 잴 수는 없다.




 "...어서 와요, 캐롤"


 울면서 웃는 듯한 엘프나인의 말로, 연금술사 캐롤은 또다시 생의 축복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