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가스로 아쿠스틱
모에 보이스 쿠소자코 주자의 이야기 5화 본문
무리하는 삶의 방식은 수명을 줄인다
몸이 망가졌다. 문자 그대로 무리한게 쌓여 고열을 내고 있다.
이 꼴로는 방송도 여의치 않아 오늘은 얌전히 쉬기로 했다.
이렇게 홀로 조용히 있는 것은 오랜만이다.
방송을 한다고 해도, 나는 혼자. 태어나서 여태까지 친구같은건 없었고 부모도 나를 봐줄 여유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그거면 됐어.
머리를 움직여 방 안을 보다 츠바사 씨의 CD가 눈에 띄었다. 지금 나와 츠바사 씨의 관계는 뭘까?
학교의 선후배. 주자로서의 선후배. 그것 뿐일까.
츠바사 씨가 하는 '타치바나 씨에 대한 푸념'을 들어줄 때가 있었지만 나는 츠바사 씨의 사생활같은건 잘 모르고, 그 때는 푸념의 원인이었던 타치바나 씨와 얽혀서 관심을 가질 상황도 아니었다.
타치바나 씨에 대해서도 그렇다. 그녀가 절친과 사이가 틀어졌다거나 고민한다거나 하는건 들었지만서도 그 친구가 누군지도 모르고 타치바나 씨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거기다 어째서 주자가 되었는가도 모른다.
결국, 말을 하기는 하지만 서로에 대해 깊이 아는건 없다.
나에게 친구가 없는 이유.
괜히 너무 깊이 알게 되어서 경멸하고 싶지 않다. 너무 깊이 알게 되어서 경멸받고 싶지 않다.
만약 내 전부를 속속들이 드러내도 받아준다고 하더라도 내가 상대를 받아주지 못 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변명을 생각하지만 결국에는 홀로 떨어져 있을 때가 가장 마음 편하기 때문일 뿐이다.
혼자서는 살 수 없지만 혼자이고 싶다는, 모순.
그러고보니 자신을 바꾸고 싶어 사람을 사귀려고 했던 시기가 떠오른다. 그 땐 반장을 맡아 했지만 결국에는 무너져서 그만뒀다.
나의 허용량은 그렇게 크지 않아. 그러니 지금 하고있는 것도 용량초과이다.
이제 이런 일, 조금만 더 하고 그만두자.
그리고 방송에만 전념하자. 그렇게 하자.
그렇게 하려면 일단 몸이 나아야 한다. 얼른 나아서 그만둔다고 전하자. 분명 한 달 전까지는 그만둔다고 전해야 할 필요가 있다던가, 기밀유지 계약이라든가 있으니까 이것저것 큰일일 것 같지만 끝내야 할 때는 확실히 끝내야 한다.
나는 일을 위해 살고 있는게 아니야. 살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 뿐이다.
자유롭게 살고 자유롭게 죽는거다.
그렇다면 일단 사표 정도는 써 두자. 꽤나 휘청이지만 일어나지 못 할 정도는 아니다. 컴퓨터를 켜서 사표의 템플릿을 찾아 텍스트를 입력해나간다.
육체적, 정신적인 한계에 부딪친 것을 알리면 문제는 없겠지.
간단히 써내린 문장을 인쇄하며 봉투에 사표라고 쓴다.
이걸로 과로생활에서 탈피하기 위한 준비는 다 되었다고 생각하며 이불에 돌아왔을 때, 거의 울리지 않던 인터폰이 울린다.
없는 척 한다.
또 다시 인터폰이 울린다.
없는 척.
인터폰이 울린다.
없는 척.
............이제 안 울리네. 돌아갔나.
하고 생각하는데 2과에게서 지급받은 핸드폰이 울린다. 상대는 ...츠바사 씨다.
"여보세요...?"
'카가미... 다행이다. 초인종을 울렸는데도 나오지 않아서 걱정했어.'
"네?"
뭐? 뭐라고? 어째서 츠바사 씨가 우리 집을 아는거야? 그보다 진짜 무슨 일로?
"죄송해요. 무슨 일이신가요?"
'병문안이야. 몸이 아프다고 들어서'
병문안...? 츠바사 씨가? ...어째서?
"죄송해요. 지금 문 열게요."
일단 츠바사 씨가 밖에서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 몸에 힘을 내서 현관을 향한다.
하지만 어째서 갑자기 츠바사 씨가 병문안을 오지? 츠바사 씨가 입원했을 때 나는 병문안같은거 안 갔는데.
햇빛 아래 사는 사람의 사고방식은 모르겠어. 정말 알 수 없다.
"미안해. 쉬고 있었을 텐데."
"아뇨, 마침 일어나 있었어요"
"음... 그런 것 치고는 불러도 대답하지 않았잖아?"
"손님이 올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서요"
어쨌든 츠바사 씨에게 들어오라고... 응?
...그, 그, 츠바사 씨가 우리집에..?
일단 진정하자. 몸 상태가 나쁜데 '본 모습*'대로 돌아가는건 위험하다.
지금까지도 그랬잖아? 츠바사 씨의 푸념을 들어줄 때도 '적당히*' 행동해서 해결했잖아?
적당히 대하자. 카가미 시오리. 인정해버린다면 너는 죽을지도 몰라야.
"역시 저한테 주자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이 정도로 죽는 소리를 내 버리고."
"그렇지 않아. 카가미 너는..."
"됐어요, 츠바사 씨... 저는 주자를 그만두려고 해요. 벌써 사표를 준비했어요."
"어째서..."
"저는 츠바사 씨와 타치바나 씨를 따라갈 수 없어요. 싸우지도 못하고 발목이나 잡을 거면 스스로 그만두는게 낫죠."
그래. 지금은 수수께끼의 적도 있다.
다툼에 휘말리는건 사양하고 싶다.
그런 거라고 해두자.
"카가미"
"왜 그러세요?"
응? 몸이 안 움직이네?
뭔지 이 압박감은?
왠지 따뜻한 느낌이 드는데?
나 츠바사 씨에게 안겨있지 않아?
"잠...깐... 놔...놔주세요"
"카가미는 전부 홀로 지고 가려고 생각하고 있지. 얼마 전의 나처럼."
"아니... 아니에요! 무리같은걸 하는게 아니에요! 그저 저는 제 분수에 맞게 말이죠!?"
아... 위험해. 츠바사 씨 진짜 따뜻해. 게다가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느껴져서 이건 이미... 천국인가?
하지만 츠바사 씨는 키가 크니까 가슴에 닿아서... 안 돼. 이 이상은.
"카가미...? 카가미!?"
코에서 뜨거운 것이 나왔다.
틀림없이 코피다.
"..츠...츠바사 씨 잠깐... 떨어져서... 진정하게..."
으갸... 나의 더러운 피와 함께 본성이 드러나 버렸다...
지금 나는 틀림없이 욕정하고 있다. 이 멍청한 민달팽이같은 녀석은 츠바사 씨의 포옹으로 욕망을 억누를 수 없게 되었다.*
"괜찮아!? 바로 병원에... 아니 2과의 의료시설에!?"
"괜찮아요... 별로 괜찮지 않지만 그럴 정도는 아니에요. 열이 높아지면 코 혈관이 터지는 체질이라서요."
"그.. 그런건가!? 정말로 괜찮은거야!?"
"괜찮아요, 괜찮아요"
제길.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당황하는 츠바사 씨가 귀엽고... 응석부리고 싶어... 하지만 안 되는건 안 된다. 민달팽이 이하인 이 나는 츠바사 씨의 손을 더럽히면 안 된다...
하아. 지금은 증발해버리고 싶다.
어떻게든 진정해서 피를 멈췄다. 코에 얼음팩을 대고 츠바사 씨의 무릎배개를 배고있는 나.
아까와 상황이 별로 바뀌지 않은거 아니야? 죽는다고요 나. 이거 참.
"카가미는 내 푸념을 싫은 얼굴도 하지 않고 들어줬지. 게다가 원래 내가 지지해 줘야 했을 타치바나도 지탱해 주었어. 얼마나 감사해도 모자랄 지경이야."
"제가 할 수 있는건 그 정도 뿐이에요. 함께 서서 싸우는건 타치바나 씨니까 그 쪽을 더 신경써주세요."
"그런 쓸쓸한 말 하지 마."
"뭐... 하아. 어쨌든 감사는 받을게요. 내일까진 몸 상태를 회복하고 싶으니 슬슬 쉬게 해주세요."
어쨌든 다시 머리가 끓어올라 폭발하기 전인 몸을 일으켜 츠바사 씨에게 돌아가 달라고 부탁했다.
이 이상 있게 한다면 수명이 얼마나 있어도 부족하다.
"미안해. 하지만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라도 달려갈게."
도움, 도움인가요... 지금 필요해요. 이 상황에서 구해주세요.
문을 열자 석양이 역광으로 비춘다.
츠바사 씨가 나를 돌아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러니 내일 보자."
"네. 내일 봐요."
문이 닫히는걸 지켜보다 무너지듯 쓰러졌다.
"장난... 장난...아니야."
그늘에 속한 사람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햇볕이 쬐는 양지에 다가가면 '장난 아니야*' 정도 밖에 말하지 못하게 된다는건 아무래도 정말인 듯 하다. 장난 아니야.
결국, 모처럼 쉬었는데 전혀 쉰 것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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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素
*雑
*達しかけていました。
*や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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