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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에 보이스 쿠소자코 주자의 이야기 48화 본문

번역 /모에 보이스 쿠소자코 주자 이야기- 심포기어

모에 보이스 쿠소자코 주자의 이야기 48화

아마노프 2019. 10. 4. 17:06

Alive




 저번 방송으로부터 10일, 아직 나는 퇴원하지 못했다.
 엘프나인조차 이미 퇴원했는데...


 아니, 엘프나인의 경우에는 상태가 나아졌다기보다는 캐롤의 몸과 뒤바뀌어 리셋된 건가.
 모두가 한밤중에 뛰어들어 왔을때는 깜짝 놀랐고, 캐롤의 모습으로 엘프나인이 들어왔을 때도 놀랐다.


 이러니저러니 모두들 차례차례로 병문안을 와주었지만, 아직 나는 병실 밖으로 나가는건 허락받지 못한 채다.


 어쩔수 없으니 혼자일 때는 인터넷을 보면서 시간을 죽였는데 이 때는 '홍보부의 일'이었으니 병실 방송이 허락됐지만, 여기는 병원이니까 기본적으로 방송을 할 수 없다.


 그러고보니 아무래도 요전에 깨어난 후 했던 홍보방송이 화제가 된 것 같다.


 전에 모에 보이스 허접 주자라고 불렸던 방송 때는 그렇게까지 데미지가 없었지만, 사건 후에 했던 방송에 나온 내 모습이 너무나 딱하게 보였는지, 정부 쪽으로 나에게 헌금이나 위문품을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묻는 문의가 산처럼 왔다고 한다.
 일단 그 건에 대해선 내가 공식 코멘트로 '나는 됐으니까 부흥지원을 하는 쪽으로 보내달라'고 발표해 뒀다.
 

 사실로 몸에 '손상'이라고 부를 정도의 데미지는 치유됐다.
 남은건 현대의학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생명력'이라는 부분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걸 측정하는데 바이탈 수치만으로는 완전하지 않다.
 과학이 발전해도 인류는 아직 완전하게 '생명과학'을 익히는 경지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따라서 경과의 관찰도 포함해서 이렇게 안정하는 것을 강요받았다.




 ...일단 이번 건으로 알아낸 것은 나는 더이상 앞으로 나서지 않는게 좋다는 것.
 사령관님에게도, 정부에게서도 '전투에 나가는 것은 이제 그만둬'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카로스는 시한식인데다, 피닉스는 '통상운영'에 한해선 다른 기어와 마찬가지로 '노래'로 운용하지만 애초에 기본이 되는 출력 자체가 낮고, 암드기어도 없다. 엑스드라이브도 쓸 수 없고, 이그나이트도 없다. 거기다, 내 심장에 파묻혀있기에 개조도 할 수 없다.
 유일하게 비장의 수단은 '생명을 소거'해 특공을 하는 것.


 정말로, 중요할 때 도움이 안 돼...


 정말이지 재수가 없다고 할까, 노이즈와 싸울 수 있느니 그래도 다행이지만, 조금쯤은 어떻게 할 수 없는걸까.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할 수 없는 녀석이기 때문에 나같은 것에 적합했던 걸까.


 정말, 가장 새로운 기어인 주제에 정말로 근성 없는 녀석들이다.
 누굴 닮은건지.


 ...


 사실은 알고있다.
 그저 전투에 참가하는 것만이 싸움이 아니다. 나의 전투는 데이터를 획득하는 것이나 홍보부로서의 일이 메인.
 목숨을 위기에 노출시키는 일을 할 때가 아니다.


 내가 죽으면 슬퍼할 사람들이 생겨버렸다. 나도 목숨을 걸어 지키고 싶은 사람들이 생겨버렸다.


 정말로, 정말로 이렇게 될거라는걸 그 시절엔 생각도 못 했다.




 싸우고싶어, 싸울 힘이 필요해, 좀 더 강한 힘을 원해. 살아서, 모두와 함께 싸울 강한 힘을 원해. 그런 기분을 참을 수 없다.


 정말, 변했네.


 원하지 않고, 아무것도 없으며, 꿈도 꾸지 않던 그런 카가미 시오리는 이제 없다.


 원하고, 가지고 싶고며, 꿈도 찾고싶은 지금의 나는 정말 욕심쟁이가 돼 버렸다. 


 하지만 그걸로 좋은걸까. 과한 욕망은 몸을 망친다.
 적당히 타협하지 못하면 기다리고 있는건 파멸, 그런건 싫다.


 살고싶다. 다시 모두가 있는 곳에 있고싶다.




 어딘가, 강해질 수 있는 방법같은게 떨어져 있지 않을까.
 마음도 몸도 강해지고 싶다.




 이를 위해서도 지금은 이 헛되이 지나가는 시간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연금술 공부는 이미 포기했다. 엘프나인에게 부탁해서 받은 기초 입문서조차 하이레벨의 수학과 과학이 필요하고, 애초에 기재같은 것도 여기서는 준비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트레이닝...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전신에 의료장비가 연결돼 있어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다.


 필연적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것이 되는데, 도움이 될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방송조차 허락받지 못한 생활이 이렇게 따문하고 고통스러운 것인지 생각도 못했다. 적어도 앞으로 5일은 퇴원할 수 없을 것 같으니, 정말로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가 흐느끼고있다. 누군가가 울부짖고 있다.
 내 몸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건 당연하다. 이미 머리가 잘리고, 손발도 뜯어진데다, 심장이 뽑혀나왔다.


 더이상 노래할 수 없으면, 모두를 지키는 것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는 죽었다.


 아니야. 틀려.
 이건 꿈이다.


 밀랍에 의해 자아가 덮어씌워져, 인형같이 행동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그저 무기로써, 병기로써 지키기 위해 싸우다 결국, 쓸모를 잃어 봉인되었다.


 피네 쪽으로 향하지 않고, 모두를 기다린 결과, 한 번 죽는 일 없이 인간으로서 평범하게 살아간 결과, 맥없이 죽어버린 나다.


 이건 세상에 정체가 노출돼서, 마음의 어둠이 갈 곳을 잃고, 마음이 부서져 폐인이 된 나다.


 이건 만약의 우리들이다.


 선택받지 못한 무수한 운명 위에서, 지금의 내가 있다.


 모두의 존재에 의해 살아온 내가, 여기에 있다.





 눈이 떠졌다. 왠지 정말로 모두와 만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시오리."
 "...츠바사 씨."
 "병문안을 왔는데, 자고있길래, 깨우면 미안해서 조용히 있으려고 했는데..."
 "아뇨, 괜찮아요... 오히려 안심했어요, 불안했거든요."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 꿈 속에 쌓여있던 시체가 된건 지금까지 살아온 나였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정말로 불안해졌다.


 그러니 츠바사 씨가 여기에 있어주는게 정말로 기뻤다.


 "...아직 그 기어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네.'
 "네. 목숨을 태운다는 것이 설마 이렇게까지 몸을 쇠약하게 만들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솔직히 말해서 절창보다 몸에 나쁘네요."
 "그래도 완전히 무사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다행이다. 쓰러져서 눈을 뜨지 않는 시오리를 안아들었을 때, 난 카나데의 최후를 떠올려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어."
 "..."
 "나도, 더이상 누군가를 잃는건 싫어. 타치바나도 유키네도, 마리아도 츠쿠요미도 아카츠키도, 그리고 시오리도 잃고싶지 않아."


 나는, 츠바사 씨에게 있어 잃고싶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
 전부 태워버리려 했던 이 목숨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저는... 모두가 웃는 내일을 위해서라면 이 목숨도 바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도 죽고싶진 않아요. 츠바사 씨와 모두와 함께 있고 싶어요. 츠바사 씨와 모두가 웃는 얼굴로 있었으면 해요. 그러니 이 목숨을 쓰는건, 하지 않는다고 정했을 터였어요."
 "..."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정도로 저는 약해서, 목숨을 태워서밖에, 모두를 지킬 수 없어요... 그러니 강해지고 싶다, 같은걸 생각했어요."


 
 운명도 잔혹한 현실도 뒤엎을 힘을 원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을 잊었다.


 "...그래도 츠바사 씨를, 모두를 슬프게 해서는 안 돼요. 그걸 떠올려서... 그래서 이젠 됐어요."


 조용히 츠바사 씨의 손을 잡아, 내 가슴에 댄다. 


 "저는, 제대로 살아있어요."


 그건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자, 츠바사 씨에게 확인받고 싶어 하는 말.


 "그래, 살아있어. 시오리는 살아있어."


 "다행이다."


 안도해서일까, 눈꺼풀이 또다시 무거워졌다.
 이번엔 악몽을 꾸지 않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