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가스로 아쿠스틱

모에 보이스 쿠소자코 주자의 이야기 68화 본문

번역 /모에 보이스 쿠소자코 주자 이야기- 심포기어

모에 보이스 쿠소자코 주자의 이야기 68화

아마노프 2019. 10. 15. 20:52

잔불




 쏟아지는 재를 들이마셔 콜록콜록 기침했다.


 "여기는...?"


 몸에 쌓인 하얀 잿더미를 무너뜨리면서 몸을 일으킨 시오리였다.


 "윽!!"


 하늘은 마치 석양과 같이 붉게 물들었고, 도시는 보이는 곳 전부가 검게 초토화되어 있었다.
 스카이타워도 마치 사탕이 녹은 모습으로 쓰러져 있어, 지옥으로밖에 형용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맞아... 카나데 씨는... ! 2과의 사람들은...!?"


 시오리는 받은 단말기에 손을 뻗었지만, 그조차도 검은 재로 변해 있었다.




 "그런... 대채 어떻게..."


 몸에 장착한 기어 하나. 그것 이외엔 아무것도 없다.


 문득 머리를 스친건 그 검은 노이즈. 하지만 그렇다면 어째서 자신만 무사한걸까.




 "어째서... 나만?"


 

 "그건 네가 용서받지 못할 존재이니까"




 잘 아는 목소리였다. 평생 함께해왔던 목소리였다.


 새를 본뜬 가면. 부서져 반만 노출된 부분에 보이는건 틀림없이.


 "나...?"
 "그래, 나는 미래의 카가미 시오리. 동료를 죽이고, 믿어준 사람을 죽이고, 모든걸 죽인 너 자신이야"


 또 한사람의 카가미 시오리였다.


 "아니야...! 내가 모두를 죽인다니 말도 안 돼! 너는 네가 아니야!!"


 "...그래도 너는 내가 될거야. 그건 피할 수 없는 운명... 그러니 나는 너를... 카가미 시오리를 죽이러 왔지"


 끝없이 깊고, 끝없이 어두운 절망과 원한, 그리고 후회에 찬 목소리에 시오리는 반사적으로 불꽃을 모아 창으로 만들어 눈 앞의 '거울에 비친것처럼 똑같은' 자신을 향해 던졌다.


 하지만 그 불꽃은 빗나가 흩어졌다.


 "――그렇지만, 이미 나 자신은 '저녁 노을'과 마찬가지지. 충만했던 '신의 힘'도 이젠 너에게 직접 간섭할 수 있는 정도만큼도 남아있지 않아"


 "무슨 영문 모를 소리만 늘어놓는거야! 그럼 뭘 하러...!"




 "그래, 너에게 충고를 하러 왔다... 기보다는, 네가 안심하고 죽을 수 있도록 설명해주러 왔지. 그 검은 노이즈... 아르카노이즈는 나의 '잔불'을 받았다. 그것에는 '신의 힘'이 머물러 있어서 말이지... 자세한 원리를 설명해도 너는 알 수 없을테니 결론만 말하면 네가 죽으면 카르마노이즈는 사라지고, 나 자신도 완전히 사라진다"


 야단스럽게 손짓 발짓을 섞어가던 눈 앞의 '부서진' 시오리가 웃는다.


 "너는 카자나리 츠바사를 희생해서 살아남고, 유키네 크리스를 속여서 죽이고, 아카츠키 키리카를 죽게 만들고, 츠쿠요미 시라베의 목을 태워버리고, 마리아 카덴챠브나 이브의 마음을 꺾고, 마지막에는 타치바나 히비키의 바람마저 부숴서, 세계를 불태워버리지... 그러니 이 세계에서 죽어야 해. 이 세계에서 죽고,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라. 그렇게 한다면..."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마치 부탁하는 것처럼.


 "그렇게 한다면, 모두가 구원받아"


 한 때 시오리였던 여자는, 그것이 최후의 희망임을 고했다.




 "그런가"


 하지만 시오리는 그걸 싸늘한 눈으로 보았다.


 "확실히, 내가 생각할 만한 일이네... 나도 모두를 희생한다면 너처럼 되겠지"




 "알아주는건가"


 "하지만 네 생각대로 될 생각은 없어"




 시오리는 다시 피닉스 기어의 불꽃을 두르고, 그것을 모았다.


 "하지만, 카르마노이즈를 쓰러트린다고 해도 너는 원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해"


 "아니, 돌아갈거야. 나는 반드시 원래 세계로 돌아갈거야... 나는 모두를 믿고 있어"


 "믿어봤자! 너는 여기서 홀로 헛되이 죽을거야!"


 "아니, 혼자가 아니지. 이 세계에는 카나데 씨도 있어. 게다가 아직 내가 모르는 사람들도 있어, 그러니까"


 맞잡은 손, 타치바나 히비키가, 카자나리 츠바사가, 유키네 크리스가, 모두가 알려준 햇빛 속의 따뜻함을 잊지 않기 위해, 오른손에 '태양'을 쥐었다.


 "나는 네가 되지 않을거야!"


 눈 앞의 허상을 불타는 주먹으로 꿰뚫어, 주변 공간째로 태워버렸다.


 ――그 대책없는 낙관이! 절망을 초래한다는걸 알아둬라! 그리고 후회하도록 해! 그 때, 너는 내가 된다!


 마치 억지부리듯 외치며 겁화에 작열하는 '망령'이, 불타 사라졌다.




 그리고 세계가 유리처럼 부서져―――




 ---


 "여긴..."


 "시오리! 드디어 눈을 떴구나!"


 눈을 뜬 곳은 2과의 메디컬 룸이었고, 곁에 있는 사람은 카나데 씨였다.


 그 광경, 그 망령같은 존재는 꿈―― ...인것 같지만, 완전히 꿈이라고 단언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주먹을 쥐어보니 힘이 넘쳤다. 피닉스의 힘을 사용하는 법을 조금 이해한 것 같았다.




 햇빛 속과 같은 따뜻함을 잊지 않기 위한 손.


 주먹을 피고 오른손을 카나데 씨의 손에 포갰다.


 "...따뜻하네요. 카나데 씨의 손"
 "...왜 그래 시오리? 설마 아직 잠꼬대를..."
 "아뇨, 제가 먼저 손을 맞잡는건 처음이라고 생각해서요"
 "역시 잠꼬대하는거잖아"


 확실히 잠꼬대일지도, 그래도.


 어째서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던걸까.
 ...아니, 멀리 떨어져 보니까, 한 번 보지 못하게 되니까 눈치챌 수 있던거겠지.


 나는 언제나 모두와 함께 있었다. 모두에게 의지해 살아왔다.
 그걸 이제서야 알게 된 기분이 든다.


 그래서.

 그래서야말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내가 해야 할 것을. 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