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에 보이스 쿠소자코 주자의 이야기 7화
그림자 왕국의 공주와 가희
꿈을 꾸었다. 내가 무대에서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꿈.
눈을 뜨니 죽을 것 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혹시 츠바사 씨에게 당해 도망칠 길 없이 막힌거 아니야*? 기분 탓인가?
내가 무대에 서? 아니아니아니 무리무리무리야무리. 그건 좀 아니야.
SNS를 킨다. 알람이 엄청난 꼴이 되어 있다...
내용은 당연히 츠바사 씨와의 콜라보 방송이다.
덤으로 인터넷 뉴스의 예능란에도 기사가 났다...
내 어둠이... 안락한 어둠이... 사라져가... 이건 귀찮은 일이 됐네...
어째서 거절하지 않은거야 어제의 나. 어째서 허락한거야 어제의 나.
어쨌든이다.
츠바사 씨와 만나ㅡ 세부사항을 정해야 한다... 하자고 한 이상 기대하고 있을 시청자를 배신하고 싶지 않다.
그보다 츠바사 씨는 컴퓨터를 얼마나 쓸 수 있을까나. 전화 방송같은건 할 수 있으려나...
...안 좋은 예감이 든다고 이건... 일단은 조정을 위해 메일로 츠바사 씨와 연락을 한다.
몸을 치장한 뒤 이제서야 등교하는게 익숙해진 리디안에 도착한다. 그리고 좀 사람이 적은 장소로 향한다.
이 장소는 바로 나같은 음침한 녀석의 낙원. 점심시간에 도망치는 곳이다.
"기다리셨나요 츠바사 씨."
"아니, 지금 왔어."
"츠바사 씨는 컴퓨터를 얼마나 잘 쓸 수 있으신가요? 인터넷 방송같은걸 하실 줄 아세요?"
"...전혀."
역시나냐. 역시 전화 방송 힘들겠는데...
...아! 그렇지!
"그러고보니 매니저 씨가 있으시죠. 그 남자분인."
"그런가! 오가와 씨에게 부탁하면 되겠군!"
...그런데 그러고보니.
"그나저나 저와 콜라보를 하는 것은 매니저인... 오가와 씨께 허가 받으셨어요?"
"아니, 내 맘대로 해도 된다고 했으니까... 안 받았는데..."
안 받은거냐! 어쨌든 일단은 그 오가와 씨하고 연락이다!
"오가와 씨에게 연락해주세요."
"알았어."
그렇게 말하고 츠바사 씨가 휴대폰을 들었다. 그러고보니 오가와 씨도 2과 사람이었지...
"...저기, 카가미... 미안하다. 우리 집 컴퓨터로는 안 될 것 같아."
안 되나... 이거 혹시 장비를 사러 가는 것부터 해야하는 건가...
"그러니 스튜디오에서 함께 방송하는 식으로 했으면 하는데."
어? 엥? 스튜디오에서 촬영?
"츠바사 씨와 사적으로 만나는게 들키면 안 되는거 아닌가요? 괜히 화제가 되어서 저한테 악플같은게 달리지 않을까요?"
"오가와 씨하고 이야기 할래?"
"잠깐 휴대폰 빌릴게요. 여보세요. 카가미 시오리라고 합니다."
츠바사 씨한테 휴대폰을 받아들어 전화 상대인 오가와 씨에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츠바사 씨의 매니저인 오가와입니다. 이번에는 츠바사 씨와 콜라보를 하는데 OK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뇨 아뇨. 그건 오히려 제가 할 말이죠. 용케 콜라보를 허가해주셨네요. 전 그저 스트리머인데요."
'기본적으로 츠바사 씨가 하고싶다고 하는 것은 응원하고 싶으니까요. 그게 기본 스탠스입니다. 그래서 콜라보 방송 건 말인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스튜디오를 빌려서' 하지 않겠습니까? 일단 이 쪽에서 권유한 형태이니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요.'
"아니 그건 괜찮은데요, 괜찮나요? 이름값으로 따지면 저는 무명이나 마찬가지에요. 그런데 갑자기 이런 콜라보라니... 어떤 악플이 달릴까 무서운데요."
'그건 괜찮습니다. 전에 츠바사 씨가 공식 계정으로 카가미씨의 방송을 보러 갔던건 다 아는 일이니까요. 츠바사 씨가 흥미를 가진 스트리머니까, 츠바사 씨의 팬 분들도 납득해 주시겠죠.'
다행이다. 질투로 마녀사냥당해 불타오르는 오링은 없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내 방송... 2과 분들은 어느 정도나 보고 있을까?
"하나 신경쓰이는게 있는데 제 방송을 저기... 얼마나 보시고 계시는지..."
'감시하는건 아니지만 일단 저는 볼 수 있는건 전부 봤습니다. 어카이브를 포함해서요. 왜냐하면 츠바사 씨가 흥미를 가진 분이고 2과에 소속한 분이기도 하니까요.'
...위험하다.
"저기, 제가 말이죠... 폭언이나 푸념같은걸..."
'괜찮습니다. 오링 씨는 충분히 매너있는 분이에요. 기밀 누설은 커녕 폭언이나 푸념 측에도 들지 않아요. 하지만 츠바사 씨와 방송을 하실 때는 전연령 대상 게임을 해 주세요?'
다행... 다행이 아니야! 전부 보고있었잖아!?
"네... 오링, 선처하겠습니다.. 스튜디오 촬영은 녹화를 전제로 기획을 짤 생각이니... 감사합니다. 그럼."
일단 구운 오링이 될 걱정은 차치하고서라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고로 츠바사 씨, 전화 방송이 아니라 스튜디오 방송이 됐으니 공식 코멘트에 써 두세요. 저는 공지를 바꿔 둘 테니..."
"그래. 그나저나 기쁘네... 자도 카가미처럼 즐겁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츠바사 씨 엄청 방송 의욕 넘치시네... 그냥 츠바사 씨도 자기 라디오 방송을 하면 되지 않나요?
"생각해봤는데요, 어째서 저와 콜라보를 하기로 하셨나요?"
"저기... 역시 알고 있는 상대와 같이 하는 편이 안심되니까..."
"그.. 그런건가요."
평범하게 현실적인 문제였다. 어쩔 수 없네!
나처럼 사람의 어둠이나 단점같은걸 찾으면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녀석도 그래봤자 나와 별 다를 것도 없는 인간이다!'라는 느낌으로...
"그럼 또 하나 물어볼게 있는데요. 츠바사 씨. 해외로 진출하시나요?"
"맞아. 아직 어디와 계약할지 정하진 않았지만 졸업할 때까지는 될 거야..."
"...뭔가 계기라도 있으셨나요."
"...그래. 내 마음을 일단락 짓고 재확인 할 수 있었으니까."
아아, 역시 눈부시네요.
츠바사 씨는 나와 달리 세계를 밝히는 빛이 될 사람이에요.
나와는 정말 다른 아름다운 빛.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팬이 되었다.
"그렇다면 저도 그늘에서 응원할게요. 저는 어둠의 주민이니 함께 무대를 서는 일은 없겠지만요!"
만약을 위해 함께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건 제대로 거절해 두자.
"그렇지, 이번 라이브 보러 올래?"
그러고보니 곧 있으면 라이브를 하네. 하지만 어떨까... 지금부터 티켓을 구하는건 힘들지 않을까?
"하지만 티켓이 없다고요?"
"VIP석 한 자리는 얻어줄 수 있어."
왓!?
"괜찮나요?"
"감사의 인사로써랄까, 언제나 잘 대해주니까..."
잘 대해줘? 어째서?
"무슨...?"
"나도 사람과 사귀는 일이 많지 않아서... 이번에 함께 놀자고 타치바나에게 권유받은 정도고... 그거 외에는 오가와 씨하고 카가미 너 뿐이고..."
츠바사 씨, 타치바나 씨하고 놀기로 한건가... 내가 불참한 그 권유에...
하지만 놀랐다. 츠바사 씨의 교우관계는 꽤 넓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빛 속의 어둠을 보게 되니 살짝 기쁘다.
그런데 난...?
"저기... 츠바사 씨. 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
"...? 뭔데? 카가미"
"츠바사 씨는 저를 어떤 존재로 생각하고 계시나요...?"
위험해. 가슴이 떨려. 얼굴이 뜨거워져. 그보다 이거 뭐라고 들어도 나는 죽어버리지 않을까?
"동료이고..."
"다행이다. 동료네요"
그, 그렇지. 주자로서 동료지!
"친...구...라구?"
엑.
엑.
위험해.
어째서 얼굴을 붉히시나요 츠바사 씨.
'라구'라니 뭔데!? 너무 귀엽잖아!? 나 죽어요!? 죽어버려!!!!!!!
"저기, 어째서. 친...구...인가요?"
"친...구...잖아? 나만 그렇게 생각한거야?"
"깜짝... 놀라서... 엑... 그..."
아 안 돼. 눈물이 나오려 한다. 목소리도 안 나와.
그 츠바사 씨가. 나와 친구라고... 안돼 한계야. 그저 팬이었다고! 나는! 그저 극혐 오타쿠*인 음침한 찌질이 민달팽이를! 츠바사 씨가! 친구라고 불러줬다고!!!
"괘... 괜찮아!? 카가미!?"
"죄송해요, 죄송해요. 저 상상도 못한 일이 일어나면 가끔 울어버리니까. 잠깐 기다려 주세요. 잠깐만요."
진정해라 카가미 시오리. 친구가 0명에서 1명으로 늘어난 것 뿐이지 않은가. 사사오입을 하면 아직 0이다. 시끄러 바보자식. 얕은 친구관계인 사람 100명보다 츠바사 씨 1명 쪽이 소중하다고!
후우, 후우, 하아.
"진정했어?"
"진정했어요. 그럼.. 언제부터 츠바사 씨는... 저를 친구...라고..."
"퇴원했을 때부터인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친한 사람에게 푸념을 하거나 함께 었어주거나... 이건 이미 친구라고..."
"흐악"
다시 코피가 났다. 츠바사 씨는 혹시 나를 여러 의미에서 죽이려고 하는거 아니야?
"카가미!?"
"괜찮아요. 괜찮아. 카가미 시오리는. 괜찮아요. ...저는...그래요. 평범하게 '주자로서' 동료라고 생각했어요. 죄송해요. 너무하죠. 저도 줄곧 친구가 없어서, 친구는 어떤건지 잘 알지 못 해서요."
다시 눈물이 나왔다. 코피에 설상가상으로 눈물까지, 최악이야!
"어쨌든 전정해라 카가미. 얼굴이 엉망이 되었어."
앗! 츠바사 씨의 손을 더럽힐 순 없어! 손수건, 손수건이!
"후우, 얼굴에서 흐르는건 전부 흘렀으니 진정했어요... 그런데 그, 저도... 츠바사 씨를 친고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그래. 앞으로 우리들은 친구야. 그렇지 카가미."
"그렇다면 시오리라고 불러주세요... 카가미 보다..."
"...시... 시오리!"
츠바사 씨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다. 내 시선이 기운다.
어라. 이거 혹시 나 지금 쓰러지는건가?
뺨에 느껴지는 고통과 차가움 그리고 바닥.
이건 한계를 넘은건가?
'극혐 오타쿠* 시오리 여기서 죽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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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そとぼりをうめる - 外堀を埋める바깥 해자를 메우다; 목적을 위해서 우선 서둘러 상대의 급소를 찌르다.
*限界オタク 기분 나쁨이나 짠함이 정도를 넘고 자학하는 성향이 있는 오타쿠를 말한다고 합니다. 가끔 시오리가 限界타령하는건 이 단어의 의미로 말하는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