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에 보이스 쿠소자코 주자의 이야기 62화
블레이즈&피닉스
"...싸운 흔적도 없고, 신발도 그대로. 거기에 머리맡에는 이카로스의 펜던트도 놓여진 채다. 마치 자고있는 사이에 그대로 사라진 것 같은 상황이지"
"그런 영문 모를 소리 하지 마! 아저씨!! 어짜피 전에 시오리에게 손을 댔던 녀석인게 당연하잖아!"
"크리스! 진정해!"
"...확실히 그 가능성도 있지... 경호인력을 증강해뒀다고 해도, 그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는 츠바사나 크리스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게 지시했어야 했을지도 몰라..."
"스승..."
"미안... 애타는건 아저씨도 마찬가지겠지... 그것보다..."
"그래... 츠바사는 오가와가 함께하고 있다. 이 상황에 혼자가 되는건 좋지 못하니까 말이지"
"시오리, 무사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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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세계'를 헤메인지 하루 째, 시오리는 빌린 세이프 하우스의 창문에서 달을 올려다본다.
이곳은 자신이 모르는 세계, 자신을 모르는 세계.
오늘 얻은 정보는 세 개.
하나, '이 세계의 카가미 시오리'는 의외로 일찍 죽었다는 듯 해서, 6년 전 부모에게 육아방기를 당하고 굶어죽었다고 한다.
따라서 평행세계의 자신과 만나는 일은 없었지만, 복잡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둘, 지금 현재 '다른 세계를 잇는' 성유물은 일본정부의 기록에 없다.
셋, 카르마노이즈라는 검은 특이체는 라이브의 참극, 카자나리 츠바사가 전사했을 때만 관측되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시오리가 공개한 정보는 두 개.
하나는 피닉스 기어의 기본적인 가동 데이터의 공개.
다른 하나는 저편의 세계에선 아모우 카나데가 생존하지 못했고, 카자나리 츠바사가 생존했다는 것 뿐으로, 다른 주자의 존재는 아직 알리지 않았다.
거기엔 이유가 있다. 사쿠라이 료코... 피네의 존재 때문이다.
혹시 이 세계에도 마리아 일행이 있어서 피네의 앞잡이로서 조종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고, 현재 2과 측의 주자가 카나데와 자신밖에 없는데 전력 차를 믿고 힘으로 공격해오면 정말 위험하기 때문이다.
추가적으로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크리스 역시 피네의 꼭두각시로 있다고 가정해두기로 했다.
동료가 될 수도 있지만 적도 될 수 있는 존재는 가능한 한 늘리지 않는 쪽이 좋다고, 시오리는 판단했다.
물론 동료가 될 가능성, 노이즈와 싸우는 이가 늘어난다는 가능성을 없애는 일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모르는 세계이니까 불안요소는 가능한 한 줄이고 싶다.
시오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도, 그렇게 박정한 일은... 하고싶지 않네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면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
가능한 한 어느정도로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가장 경계해야 할 존재는 피네, 다음으로 이 세계만의 미지의 존재 '카르마노이즈'.
"뜻대로 되지 않네..."
신뢰할 수 있는 동료는 아무도 없다.
시청자도, 주자도, 어른들도.
혼자가 돼버리니 자신의 무력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전력으로서도 그냥저냥, 그렇다고 머리가 좋은 것도 아니다.
현 상황에 대처하기에 걸맞지 않다.
이 세계에서 새롭게 받은 단말기에서 전자음이 울려퍼졌다.
"카가미군. 노이즈가 나타났다"
아무래도 비관에 빠져있을 시간도 없는 것 같다.
"알았어요, 맡겨주세요"
누군가가 도움을 바라고 있다. 그렇다면 손을 뻗어야 한다.
――분명 다른 동료들도 그렇게 할거다.
싸우는 이유는 그걸로 충분하다.
시오리는 불꽃의 기어를 장착하고 하늘을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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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차장벽 뿐만 아니라, 노이즈 자체도 다소는 재생한다.
정말 그냥 불꽃이었다면 노이즈는 끄떡없이 돌격해왔겠지.
하지만, 이 불꽃은 다르다.
노래는 불꽃으로 바뀌어 모든걸 태워버리는 폭력으로 화했다.
피난유도는 순조로웠고 노이즈들은 전부 시오리를 노리고 다가왔다. 말려드는 사람이 없으니 쉽게 광역범위공격을 쓸 수 있었다.
대기가 흔들리고 불똥이 흩날렸다. 원하는대로 흐름이 컨트롤되는 겁화가 노이즈를 삼켰고 노이즈는 재마저 남기지 못하고 소멸해갔다.
――이렇게 혼자 싸우는건 오랜만이네.
동료가 없다면, 없는대로 싸우면 된다.
당연히 목숨까지는 태우지 않는다. 지켜야 할건 힘없는 사람들이다.
괜한 곳까지 다 태워버리지 않도록 신경쓰고는 있다.
섬멸하는 것만 생각하고 힘을 휘두르는게 이렇게 편한 일이었나.
지금까지 피닉스기어로 싸운 적은 단 두 번. 처음에는 아르카노이즈를 상대했을 때였고, 두 번째는 전력을 휘두르는 캐롤과 싸울 때였다. 따라서 피닉스기어의 성능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차분히 제어해서 사용해보면――
"강해――"
마찬가지로 하늘을 나는 이카로스보다도 출력이 높고, 원하는대로 움직이는 불꽃은 노이즈의 크기에 상관없이 모두 한꺼번에 불태워버린다.
리스크 때문에 지금까지 억지로 사용하지 않으려 했지만, 시오리는 처음부터 이 힘을 사용하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도 지난 일은 어쩔 수 없지. 이제부터 익숙해지면 돼
눈 앞의 노이즈의 무리를 없애는걸로, 당장 보이는 한 모든 노이즈를 섬멸했다.
"여기는 카가미 시오리. 목표를 배제했습니다. 다음 지시를"
"잘 해줬다. 미안하지만 아직 카나데 쪽이 끝나지 않았어. 도움을 부탁하지"
"알겠습니다"
시오리는 빌딩 숲보다도 높게 비상해서 카나데가 싸우는 구역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고보니 카나데 씨의 전투법은... 뭐 방해되지 않으면 상관없지
카나데가 싸우고있는 모습을 시오리는 본 적이 없다. 따라서 과거에 마리아가 궁그닐을 장착하던 시기에 싸우던 방법을 떠올렸지만, 노이즈의 상대가 아닌 주자를 상대로 싸우는 모습밖에 떠오르지 않아 그만뒀다.
하늘을 나는 노이즈를 스치듯 불태우고서 거대한 노이즈를 열선으로 소각했다.
시오리는 일격에 특화돼있는 히비키의 궁그닐을 떠올리고 소형 노이즈 무리를 불꽃으로 뒤덮었다.
"...윽! 뭐야!"
"소형은 제가 맡을게요. 대형 노이즈의 처리를 맡아주세요"
"갑자기 와서 잘난듯이 지시하는거냐고!"
――뭐, 예상은... 했지만
카나데는 시오리와 다르게 계속 혼자서 싸워왔다.
잘 생각해보면 포메이션도 콤비네이션도 없을 것이다.
있다고 해도 그건 지금은 죽은 이 세계의 츠바사와 짰던 것이다.
천천히 지면에 서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네요. 피차 알지 못하는게 많으니까 서로 실력을 보여보자――라는 거에요"
"윽! 잘도 말해줬겠다"
도발하는 듯한 모습이 됐지만, 시오리는 일단 노이즈를 쓰러트리는 것만을 우선하기 위해 제안을 한 것이다.
――매끄럽게 되지 않네...
여기에 츠바사나 히비키같은 동료가 있었다면 좀 더 매끄럽게 받아주지 않았을까*, 그런 이루어지지 않을 만약의 일을 생각하면서 시오리는 눈 앞의 현실(노이즈)에 붉은 불꽃을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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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もっとうまくやれたのだろうか
이 세계에선 아사한 시오리...
알고보니 폭격기로 도그파이트를 하고 있었던 시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