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에 보이스 쿠소자코 주자의 이야기 55화
번외편 : 밥&밥, 숙제&숙제
현실이란 언제나 '이럴 리 없는' 일로 넘쳐난다.
카가미 시오리와 타치바나 히비키는 여름방학인데도 학교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을 구했는데, 소녀들의 손에는 무거운 '짐'이 있었다.
숙제가 추가된 것이다.
"말도 안 돼... 설마 역사까지..."
"아하하... 출석일수 면제가 아니었구나..."
테스트로 점수는 받았지만, 두 사람은 '결석'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게 '일' 때문이라도, 면제되는 일은 없었다.
히비키 일행은 원래부터 숙제의 면제 자체가 없었지만, 시오리는 일단 '홍보부' 일을 그만두게 되었기 때문에 면제가 취소된 것이다.
"그보다 히비키 씨, 좀 쉬자. 너무 더워..."
"시오리 씨... 괜찮아요?"
"별로 안 괜찮아... 애초에 오늘 아침부터 호출할 줄 몰라서 밤 샜거든"
"철야는 안 돼요! 아무리 여름방학이라도!"
"온라인 대전을 했더니 생각 이상으로 시청자가 많이 모여서 게임을 끌 수가 없었다고"
시오리는 입원중에 하지 못했던걸 갚듯이 매일 밤 늦게까지 방송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 내용은 게임, 게임, 게임 오로지 게임. 온라인 대전으로 시청자와 함께 플레이하는건 멕 월2, 발매하고 2년이 지나 국내 플레이어가 줄어들기 시작할 때쯤 찾아온 70% 할인으로 907엔이 되었다. 시오리는 이걸 찬스로 삼아 멕 월2를 포교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언제나 플레이하기엔 사람 수가 부족한 모드도 플레이 할 수 있게 되자, 너무 기합이 너무 들어간 결과가 아침 해를 볼 때까지 철야였다.
철야라는건 상상 이상으로 소녀의 몸에는 큰 부담이다. 이전에 시오리가 철야 방송 중에 구토한 것도 몸의 부담과 뇌의 부담 양쪽이 한계를 맞이한 결과이다.
"알겠어? 히비키 씨. 철야는 결과야. 잔다던가, 일어난다던가. 그런 결과를 위해 철야하는게 아니야"
"시오리 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뇌가 한계인 것 같네. 일단 영양보충하면서 쉬자"
여름의 더위와 늘어난 숙제. 그리고 철야라는 현실에 카가미 시오리의 뇌는 한계에 달했다.
리디안에 다니는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햄버거 가게는 여름방학이라 한산했다. 두 사람은 계산대에서 메뉴를 보며 아침을 고른다.
"햄버거 세트 2개랑 애플파이 4개 주세요. 음료는 두개 다 아이스커피로"
"앗! 시오리 씨? 제건 제가"
"지갑에 여유가 있으니까 히비키 씨도 원하는거 골라 봐"
"아..."
히비키는 깨달았다. 여기 햄버거 세트는 그럭저럭 볼륨이 있어서 잘 먹는다고 자부하는 히비키조차 한 개로 배가 부르는데, 시오리는 두 개나 주문했다.
"시오리 씨... 두 개나 드시는건가요...?"
"당연하지, 그러고 세 세트는 더 들어가. 그것보다 빨리 골라. 다른 손님도 기다리니까."
"...그럼 ...그럼 저도 햄버거 세트로. 음료는 콜라로..."
"제대로 먹는거 맞아? 더위라도 먹은거야?"
"아, 아침을 제대로 먹고 왔어요!"
"그렇구나, 그럼 됐어."
시오리가 보자면 햄버거 세트 하나쯤이야 식사로 치지도 않는다. 간식같은 것이다.
그러니 '좋아하는건 밥&밥'이라고 말하던 히비키는 좀 더 먹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도 않아서 '컨디션이 나쁜건가'하고 시오리는 걱정을 했지만 제대로 아침식사를 먹고 왔다는 말에 납득하고 추가주문은 하지 않았다.
시오리는 꽤나 대식가이다.
그야말로 한 달에 쌀 한 포대를 먹는 레벨이다.
자라난 환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위장의 크기가 최대의 원인이다.
덤으로 영양흡수효율이 나빠서 찌지 않는다.
"그나저나, 숙제가 늘었는데 히비키 씨는 어느 정도 했어?"
"2... 2할..."
"나는 방송중에도 하고있어서 지금 4할정도네... 그러고보니 키리카와 시라베는 벌써 숙제를 끝냈지..."
"하아아... 마음이 무거워요"
"사실, 히비키 씨보다 숙제 양이 많아서... 솔직히 끝낼 수 있을거같지 않아"
"시오리 씨는 공부를 잘 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었는데요"
"잘 하는 과목은 잘 한다고? 잘 못 하는게 많지만"
"앗..."
히비키는 건성으로 수업을 듣거나 잠들어버릴 때가 많을 뿐이라, 노력하면 못 할 것도 없다.
하지만 시오리는 다르다. 흥미가 적은 것은 머리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잊어버린다. 게다가 출석일수도 부족하다.
그 덕분에 히비키보다 시오리 쪽의 과제량이 많다.
힘의 바보 1호 '타치바나 히비키' 기술의 바보 2호 '카가미 시오리' 유키네 크리스가 그녀들의 성적을 평가할 때 문득 떠올린 말이다.
"그에 비해 츠바사 씨도 크리스도 대단하네..."
"츠바사 씨는 아티스트 활동과 주자로서의 활동을 양립하고 있고, 전 크리스는 틀림없이 공부는 못할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설마 배신을 하다니..."
"배신한건 크리스가 아니에요... 저희들의 노력을 안한게 배신이죠..."
"뭐 그렇긴하지"
시오리는 대화하면서 엄청난 기세로 테이블 위에 햄버거를 처리하고, 감자튀김을 집어먹었다.
그 속도에 약간 기겁하면서도 히비키도 주문한 세트를 먹기 시작한다. 사실 아침을 먹고 와서 좀 버거운건 비밀이다.
"그래도 모르는 것은 코히나타 씨에게 물어보지?"
"아, 아하하... 필요할 때는 물어보긴 하는데"
"나는 시청자들에게 풀어달라고 하고있어"
"그건 치사해요!?"
"괜찮아. 숙제같은건 그렇게 해도 돼. 의지할 수 있는건 의지한다! 그게 인간이라구"
"시오리 씨..."
좋은 이야기를 한 것처럼 마무리지었지만 당연히 안 된다.
게임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 아주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에게 문제를 풀게하는 시오리. 당연하지만 이 일은 학교도 파악하고 있다.
학기가 시작하면 지금 이상의 숙제와 보충이 시오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아직 모른다.
"어쨌든 졸업만 할 수 있으면 된거야! 그보다 먼 일은 지금 고민해도 어쩔 수 없다니까"
"그것도 그... 아니아니아니. 장래의 꿈이라던가는 없나요 시오리 씨!?"
"딱히 없네. 뭐 아무것도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꿈을 위해 노력한다던가 하지 않는건가요!?"
"그럼 묻겠는데 히비키 씨의 꿈에는 공부가 필요해?"
"아... 아마! 필요! 하다고 생각해요!"
조금 부메랑이 되돌아온 느낌의 히비키였지만 시오리의 너무나 적당한 태도에 '역시 장래를 위해 공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고 조금 생각을 바꿔 숙제는 제대로 하자고 결심했다.
"흐ー응, 그래... 참고로 나는 필요해지면 할거야"
"...시오리 씨의 꿈, 들어봐도 될까요?"
"일단 꿈을 찾는게 꿈이야. 그래서 츠바사 씨에게 처음으로 내 꿈을 들려주는 것. 그게 내 지금 꿈이야. 뭐... 아직 뭐가 하고싶은지같은건 정하지 않았지만 말야"
"괜찮다고 생각해요. 꿈을 찾는 것이 꿈이라는 것도"
예전의 시오리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꿈도, 내일도. 생각한 일조차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뭘 할 수 있는지, 뭘 하고싶은지. 그런 일을 생각하려 하게 되었다.
"자, 그걸 위해서라도 일단은 숙제 한 두개는 끝내고 무사히 진급해야겠네. 유급하게 되면 고개도 못 들거야. 나 같은 경우엔 온세상에 유급한 사실을 들키니까 말야"
"히엑... 공포스럽네요..."
"공포스럽지. '세상의 내일을 위해 유급한 여자'같은 별명으로 불리면 상처받을거야"
"...시오리 씨는 무섭지 않나요? 그렇게 세상에 모든 것이 알려진다는게"
항상 히비키는 생각하고 있었다. 방송을 하는 것. 그것은 세상에 자신에 대해 알리는 것이고, 예전의 자신들처럼 매정한 말을 듣거나 하면서 사람들의 악의에 노출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무섭지 않아. 솔직히 마비된 것에 가깝지만 말야... 어느정도 유명해지면 일정 수의 '악의'는 언제라도 느껴져. 그래도 지금은 '그래서?'라고 생각하고 있어. '나에겐 그 이상의 내 편이 함께한다고. 만약 내 편이 없더라도 나는 모두를 위해 싸울거야'라는 식으로 생각하게 됐어. 히비키 씨도 싸울 때 그렇게 생각한적 없어?"
"...있을지도"
"솔직히 말하면, 참고가 될지는 모르지만 나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게 되니까 무섭지 않게 됐다... 같은 점도 있네. 대의명분이란 거지"
시오리 역시 평범한 스트리머였던 시절엔 너무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은 무서웠다.
그래도 이렇게 '싸우는 것'을 의식하게 되고선 그 이상으로 보람을 느꼈다.
"그래서일까 지금은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은거야"
그러니 오늘도 웃으며 방송할 수 있다. 그저 방송하기 전에 제대로 자고 체력을 회복하자. 라고 생각한 시오리였다.
"윽..."
"무슨 일 있어요 시오리 씨?"
"위험해, 너무 먹어서 속이..."
"앗, 앗, 앗... 설마..."
"토할거같아..."
철야한 뒤 위에 음식을 꾸역꾸역 집어넣은건 위험하니 하지 말자.
그렇지 않으면 지옥을 보게 돼.
시오리 씨처럼.
하나 배운 히비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