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모에 보이스 쿠소자코 주자 이야기- 심포기어

모에 보이스 쿠소자코 주자의 이야기 34화

아마노프 2019. 9. 28. 01:23

불꽃의 기억


 불꽃이 오른다.
 고기가 구워지는 냄새가 난다.



 그야 그렇지. 고기를 굽고있으니까.


 혼자서.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다던가, 점원의 웃는 얼굴이 꿈틀거린다던가는 알 바 아니다.


 고기를 구을 때는 말이지. 혼자가 좋아.
 자기가 구워서, 자기가 먹는다. 이 이상의 일은 없다.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는 일도 없고, 다른 사람을 위해 구울 필요도 없다.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안식의 시간이다.


 고기만 먹는다던가, 야채가 없다던가는 몰라. 야채같은건 말이지. 집에서 언제라도 먹을 수 있는거니까 말야.
 갈매기살, 소혀, 염통, 갈비, 부채살, 간, 곱창, 갈빗살. 다양한 부위를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는 시간이다.


 하얀 밥에 레몬즙을 뿌린 소혀를 올려 입으로 옮긴다. '혀가 살찐다'는 말 같이 지방이 서리처럼 점점이 박힌 마블링, 흘러 넘치는 육즙과 레몬즙의 시큼함이 베스트 매치다.
 거기에 밥의 달달함까지 추가되면 장난이 아니다.


 다음은 양념한 곱창이다. 이녀석은 단단해서 언제 삼키면 되는건지 항상 고민되지만 불 조절로 지방을 조절할 수 있고, 어느 때고 나오는 맛에 싫어할 수 없다.


 계속해서 양이다. 이것도 단단하다. 그저 단단하다. 맛이 스며나온다. 맛있어.


 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염통. 심장이라 그런지 '목숨'의 강함을 느낄 수 있는 꼬들꼬들함. 이 부위를 가장 좋아한다.



 아니, 이렇게 고기를 즐기는 것도 좋긴 한데, 그럴 때가 아니지...


 요즘 나에게 '협찬'이 들어왔다.


 예전에 '홍보'를 했기 때문일까 세계를 구한 구세주인 주자 중 한명이기 때문인걸까.
 크고 작은 다양한 협찬이 들어왔다.


 그야말로 대기업에서 연봉을 받으며 독점계약을 하는 것부터 방송 영상에 선전을 넣는 간단한 것까지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지금으로서는 모든 협찬을 거절했다. 왜냐면 '아직 모든 일이 끝났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혹은 '아직 SONG의 협력자로서의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정말로 모든 것이 해결된 상태라고는 말할 수 없다.


 이카로스도 국련의 기술 팀이 컨버터 기능의 수복에 성공해서 이번에 내가 또다시 기동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예정도 있고, 그게 성공한다면 나는 또다시 일에 채이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협찬을 받을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스트리머로서 먹고 사는 것도 좋지만, 역시 성유물 연구, 특히 심포기어 시스템 '이카로스'를 해석하는데에는 적합자가 필요하고...


 그러면 그건 내가 해야할 일이 된다.


 ...차라리 연구팀에 들어가서 노력하는게 좋을지도 몰라.
 그야, 보고연락상담은 잘 못하지만 연구자라면 '결과를 보이고 데이터를 건네주면 돼!' 같은 곳도 있고.


 불판 위에 불붙은 곱창의 기름을 털어내고 양념에 집어넣는걸로 불을 끈다.


 "어렵네"


 쌀이 식기 전에 적당히 고기를 구워 입으로 운반한다.


 맛있어.



 ...만약 이카로스가 다시 작동하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이제 싸울 적은 없다.
 재해구조를 목적으로 활동하게 될까.
 ...내 충동적인 행동으로는 분명 다른 사람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어째서 나는 멋대로 움직여버리는걸까.


 실제로 그래서 죽을뻔하기도 하고, 폐를 끼치기도 하고, 괜한 일에 말려들고.


 내 목숨은 내거니까 자유롭게 쓰고싶다. 그래도 내가 죽는걸로 슬퍼할 사람이 있다. 내가 죽는걸로 곤란한 사람이 있다.


 이것도, 혼자가 아니게 되어 바뀐 점이겠지.


 혼자가 아니다. 그것은 행복하다.
 혼자가 아니다. 그것은 족쇄이기도 하다.


 불판 끝에 다 타버려 숯이 된 고기를 본다.


 그저 타오르기만 하는 삶은, 이제는 할 수 없다.




 접시에 올린 고기를 먹어버리고, 입 안의 기름기를 콜라로 없앤다.


 평범한, 사랑도 몰랐던 아이가 할 수 있는건 뭘까.



 좀 너무 먹었다. 계산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나왔다.


 조금 걸을까.




 가령 이카로스가 복원돼서 내가 다시 주자로서 장착하게 된다고 하자.
 그 때 나는 아마도 SONG에 소속될거다. 그렇다면 부서를 옮기거나 지금까지 활동을 비춰볼때, 일을 할당받겠지.
 하지만 그 일처리에 따라서 임무에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
 새로운 일은 분명 '노이즈와의 싸움'같은, 우리들밖에 할 수 없는 일이 아닐테니까.


 그건 내가 제대로 스스로를 제어해서 조직에 적응하면 되는 문제이다.


 ...그것보다도, 다.


 또다시 이카로스에 의해 침식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전에는 '신수경' 덕분에 기적같이 살아날 수 있었다.


 그래도 다음은 그러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인간에서 벗어날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는 어떤 취급을 받을까.


 인간이라고 인정받을까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움직이는 성유물 취급을 받을까.


 거기에, 이번에도 죽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는, 일부나마 복구된 이카로스의 기동시험도... 좀 무섭다.



 그래도 이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저 세상의 그늘에서 가라앉아가던 나에게 주어진 혁명과 같은 것.
 나의 존재가치.


 스트리머로서의 가치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보다도 중요하고 지금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가치.


 ...지금은 이카로스가 파괴됐다는건 세상에 공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카로스를 잃은 것을 안다면, 다들 나에게 실망하지 않을까.
 이카로스를 장착하지 않은 나에게 가치는 없다며 모두들 날 떠나지 않을까.


 그런 불안도 있다.



 ...


 그래도.


 변하지 않는게 있다.


 츠바사 씨는 지금도 변함없이 친구라고 말해준다.
 타치바나 씨도, 크리스 씨도 동료라고 불러준다.


 사령관이나 오가와 씨도 나의 별거없는 고민을 들어주기도 한다.


 ...아아.


 그리고 아직도 계속해서 내 시청자가 되어주는 사람들도 있다.



 그건 나의 이정표이다.


 눈치채고 보니 혼자가 아니게 되었다.
 4월의 차가운 하늘 아래서 홀로 웃는다.


 사람을 믿을 수 있다는 것. 이런 행복이 가까이에 있다는건 알지 못햇다.


 정신차리고 있었을 터인데도 깜빡 잊고 있었다*.



 덕분에 기분이 밝아졌다.


 이거라면 오늘 방송도 그럭저럭 기분좋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노래 방송이라도 할까.


 그렇게 나는 귀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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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気がついていた筈なのに、すっかり忘れていまし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