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에 보이스 쿠소자코 주자의 이야기 26화
마음은 테세우스의 패러독스를 뛰어넘는가
나는 히비키 씨를 싸우게하고싶지 않았다.
융합사례가 이 이상 진행되면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전달받고.
처음으로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 두려움이 나에게서 냉정을 뺏었고, 자제심을 뺏었다.
내가 알아야 할 것, 해야할 것도 무시하고 무모하게 서둘렀다.
그 결과는 히비키 씨를 무겁게 덮쳐눌렀고 뿐만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되돌아왔다.
FIS에 대한 것도 전달받았다. 달이 낙하하는걸 저지하는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을 해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싸우기 전에 사령관에게 지시를 요청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메디컬 룸, 나와 마찬가지로 침대 하나를 사이에 두고 타치바나 씨가 있다.
"타치바나 씨에게 나는 사과하지 않으면 안되고, 감사도 하지 않으면 안 돼. 게다가 듣고싶은 것도 있어."
"...나는 괜찮아요, 시오리 씨가 무사하면."
타치바나 씨는 내 지금 상황을 보지 못했다.
침식률 94%. 뇌 일부를 제외하고 이카로스에 침식당하지 않은 부분은 없다.
이제 나는,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마음'은, 카가미 시오리의 '마음'만은 진짜라고 믿고 있다.
"내가 경솔하게 나선 탓에 타치바나 씨의 융합심도가 더욱 진행돼버렸어. 그 때, 내 멋대로 '지킨다'는 선택이 아니라 '함께 싸운다'는 선택을 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몰라."
닥터 웰의 살해,가 아니라 무력화를 목표로 했다면, 노이즈를 타치바나 씨에게 맡기고 내가 속공으로 제압하러 갔다면 됐을 터다. 그렇게 했다면 단기결전으로 끝나고, 그 두 명의 주자가 도착하기 전에 일이 끝났을 지도 모른다.
거기에, 또 하나.
"나는, 타치바나 씨가 어떤 마음으로 싸우고 있는지 몰랐어. 알려고 하지도 않았지. 그러니 어떤 마음으로 싸우고 있는지 알려줬으면 해."
그저 힘으로 위협을 제거하는 것만 생각했던 나와는 다르게 타치바나 씨는 대화로 해결하려고 했다.
"저는, 누구도 죽이고 싶지 않고, 죽길 바라지도 않고, 죽고싶지도 않아요... 그 뿐이에요. 시라베나 키리카가 즐겁게 노래를 부르는 것도 봤고, 누군가를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것도 알고있어요... 제 억지일지도 모르지만..."
"억지, 라도 괜찮잖아. 나도 억지로 싸웠으니까. 그나저나 시라베와 키리카라는 이름이구나, 그 아이들... 나는 이름도 모르는 그녀들을 아무것도 모른 채 죽이려고 했어."
이해하지 않고, 대화를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배제하려고 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행위를 스스로 하려고 했다.
"그 점도 고마워, 타치바나 씨. 내가 살인자가 되지 않게 막아줘서. 거기에 목숨도 구해줬지."
그 때는, 두 사람의 절창을 요격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 분의 절창을 상처 없이 막아내는건 어려웠겠지. 절창의 백파이어로 나 자신도 죽었을 가능성도 있었다.
"윽... 시오리 씨는 어떤가요."
"뭐, 좋지는 않아. 타치바나 씨를 그런 상태로 만들었지, 이름도 모르는 상대를 죽이려고 했지, 폭주했지, 기분은 최악이야. 하지만... 이대로 멈춰있을 수는 없어."
그래,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변함없이 피네는 건재하고 이 쪽은 타치바나 씨가 싸울 수 없게 됐지만, 나는 아직 움직일 수 있다.
아니, 나 자신이 한 일에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된다.
거울에 비치는 '회색'이 된 내 얼굴.
설령, 이형의 괴물이 되어도 나는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이 목숨이 아직, 이곳에 있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시오리 씨도, 저와 마찬가지로 융합사례인가요."
"응, 하지만 타치바나 씨와는 다르게 몸이 바뀌어가는 형태,지만."
"그건..."
"하지만, 살아있어."
"살아...?"
"타치바나 씨와 다르게 목숨과는 관계 없어.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줘."
거짓말이다. 목숨과는 관계 없지만, 완전히 침식당한다는건 원래 '카가미 시오리'로서는 '죽음'이겠지.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물질면에서 봤을 때의 이야기다.
내 각오는 이미 정해졌을지도 모르겠다.
"타치바나 씨."
"뭔가요, 시오리 씨."
"내 노래, 들어줄래."
"...괜찮지만, 어째서 갑자기."
"그런건 신경쓰지 마."
성창 없이 기어를 장착한다. 암드기어의 전개는 필요 없다.
나는 오늘로 '사람'을 그만둔다.
그저, 물질로서의 사람에 연연하기보다는 '사람'의 마음의 형태로 있고싶다.
사랑을 알지 못했던 인형 사랑을 알지 못했던 인형
어슴푸레한 방안에 홀로 살아있는 척 있던
하지만 사랑을 알고 밝은 햇빛아래 사는걸 알고
사랑하는걸 알고 사랑받는걸 알고
인형은 하늘에 날아오르길 바라
오래된 파츠를 버리고 새로운 자신이 되어
어디까지나 자신을 사랑한 사람을 위해
날고싶어 날고싶어 있고싶어 라고 바라
설령 모습이 변한다해도 마음만은 진짜라고 믿으며
믿으며 바라며 기도해
뇌를 침식해가는 감각, 시야가 흔들리고, 귀에선 이명이 들린다. 피부에 닿는 공기도 뜨거운지 차가운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모든 것이 뒤바뀌었을 때, 나는 숨이 막혔다.
고동만이 들린다.
강한 고동만이, 심장이 움직이는 감각만이 남는다.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뜨거운, 고동.
감각이 되살아난다.
피부에 균열이 간 것 같은 마치 껍질이 부서지는 것 같은.
그런 감각과 함께 메스꺼움이 느껴졌다.
"으... 우웩..."
"!? 괜찮으세요!? 시오리 씨――!"
입에서 흐르는 것은 뜨거운 무언가, 그리고 방금 전까지 피부를 덮고 있던 무언가가 벗겨져 떨어졌다.
"...크학!"
토해낸 것을 보면 그것은 회색의 밀랍.
그리고, 벗겨져 떨어진 것 또한 회색의 밀랍.
거울을 본다.
그 곳에는.
"시오리 씨! 괜찮으세요!"
"괜찮...지만...이건..."
히키코모리 특유의 약간 하얀 피부, 곱슬머리가 조금 눈에 띄는 머리칼, 갈색의 눈동자.
과거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인간같은 모습을 하고있는 내가 있었다.
"...시오리 씨, 뭘... 하신 건가요."
"침식되지 않았던 부분을 전부, 버렸어."
"-윽!?"
"의외로, 작정하고 확 해버리니 편하네."
이건 내가 속죄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카가미 군!"
사령관이 당황하며 메디컬 룸으로 찾아와 무슨 일인가 생각했지만
그렇지, 나와 연결된 바이탈 체크를 위한 장비도 전부 밀랍 투성이라 엉망진창이다.
"사령관님, 걱정이 하나, 줄었어요."
"그 모습은―― ...설마 너는..."
"네, 전부 이카로스로 뒤바뀌었어요."
"어째서냐! 어째서 항상 상담하지 않아! 어째서 항상 너는 그렇게...!"
"그렇게, 살아왔어요. 그렇게 여기까지 와버렸어요. 그건 제 나쁜 점이지만.. 결국 끝까지 고치지 못했네요."
"너는, 정말로 카가미 군인가..."
"글쎄요, 모르겠네요. 저인지 아닌지. 제가 카가미 시오리라고 증명하는건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이 마음만은 거짓이 아니에요."
그래, 카가미 시오리가 죽었다고 해도, 살아있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게 단 하나 남아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시오리 씨..."
"타치바나 씨, 나는 너를 지킬거야. 츠바사 씨도, 크리스 씨도. 그러니까, 믿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