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에 보이스 쿠소자코 주자의 이야기 17화
양지와 음지
"카가미 씨, 안녕."
방과후, 슬슬 주자의 특권인 수업면제도 아슬아슬해져서 보강을 받고 돌아가는 길에 츠바사 씨에게 괜한걸 알려주는 예의 그 아이와 만났다.
"아, 코히나타 씨인가... 오늘은 혼자서?"
"네, 히비키를 기다리고 있어요."
"타치바나 씨는 나 이상으로 보충수업이 있다고 들었어..."
루나어택 이후 방치된 나하고는 다르게 사후처리를 위해 한동한 학교에 오지 못했던 타치바나 씨는 사건 전까지 포함한 보충수업이 엄청난 양이 됐다.
그러고보니 코히나타 씨와 알게 된 것도 루나어택 이후였다.
그 때 코히나타 씨는 마치 모든 것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 나 이상의 '허무'를 느꼈다.
그렇게 결국 한 달 정도 지나고 이거 정말 위험한 것 같다고 느껴 사령관에게 보고해 타치바나 씨와 만나게 해줬다.
재회했을 때는 '음침함을 넘어 허무함'마저 느껴졌지만 타치바나 씨와 재회하고 순식간에 활발한 리얼충으로 변해 놀랐다. 성격 너무 바뀌잖아.
사람이란 역시 '소중한 것'을 잃으면 누구라도 허무해진다고 생각했다. 그건 어둠과는 다르다.
어둠은 어디까지나 어두울 뿐인걸. 허무는 정말로 아무것도 없다. 희망도 절망도 느껴지지 않는 그런 거다.
정말로 '죽은 것 처럼 살아있는' 느낌이다.
나는 어둠이지만 죽어있는 것처럼 살고싶지는 않다.
어둠은 어둠대로 그림자는 그림자대로 살고싶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나는 활발한 기세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서 피하지만 결코 그런 사람들이 불행해졌으면 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밝은 성격은 밝은 성격대로, 어두운 성격은 어두운 성격대로 '원하는대로' 살면 되는 것이다.
"...역시 카가미 씨는 별난 사람이네요... 라디오 때와 평소 때의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요."
"그건 당연하지. 해가 내리쬐는 곳에서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는 없어."
"하지만 크리스 씨나 히비키는 그걸 바라고 있어요."
"...둘 다 착각하고 있어. 나는 좋아서 혼자 그늘에 있는건데..."
"츠바사 씨하고는 괜찮은데도 말인가요?"
앗, 그렇지.
"맞아, 츠바사 씨에게 뭘 가르치는거야!!! 그런걸 다른 사람이 보면 스캔들이라고!? 나도 학교에 올 수 없게 될거야!"
"에... 츠바사 씨가 정말로 그걸 한 건가요!?"
"에...가 아니라고!! 츠바사 씨에게 턱 쳐들기라던가 벽쿵이라던가!!"
"...죄송해요."
츠바사 씨, 이상한 곳에서 행동력이 좋으니까! 진심으로 나를 함락시키러 왔어!
"일단 츠바사 씨에게는 말이지, 그런 위험한건 가르치지 말아줘! 왜인지 전부 나를 상대로 실행하려고 하니까!"
그보다 어째서 코히나타 씨는 그런 지식을 모으고 있는거야? ...아 ...그런건가.
"만약 또 그런다면, 내가 당했던 걸 너에게 되돌려줄거야. 구체적으로는 타치바나 씨에게 하라고 할꺼니까! 그 사람 엄청 순진하니까 내가 부추기면 분명 의심없이 할거야."
결국 코히나타 씨는 말이 막혔다*.
"그... 그거는... 좀 기쁘지만서도... 부끄러워..."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돌리는 코히나타 씨. 역시나 그런가.
"당신이 하는건 그런 거야! 나도 말야, 츠바사 씨의 치...인구...지만 그 전에 한 명의 팬이기도 해! 정말로 심장이 버티질 못한다고!"
코히나타 씨는 기본적으로 밝은 성격이지만 역시 마음에 어둠을 키우고 있다.
그건 내가 츠바사 씨에게 향하는 것과 닮았지만 조금 다른 것.
우정, 친애. 그런 것과 관련된 어둠.
그래서인가 비교적이지만 코히나타 씨와는 이야기하기 쉽다.
아, 그래도.
기본적으로 타치바나 씨와 세트로 다니므로 이런 기회라도 없다면 서로 말 할 일도 없다.
"그럼, 나는 이 쯤에서 실례할게. 타치바나 씨와 만나면 지쳐버릴테니까..."
아직도 망상에서 돌아오지 않은 코히나타 씨를 방치하고 귀가했다.
하아.
과거에 내가 츠바사 씨에게 품은 감정은 숭배나 찬양에 가까운 '동경'이다. 이해나 친애와는 가장 거리가 먼 감정이었다.
나에게 츠바사 씨는 신앙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내 곁으로 내려와주었다.
...직접 들은 이야기가 아니지만 피네도 '사랑'이 행동의 근원이었다는 것 같다.
사랑은 성가신 감정이다.
그것도, 이것도 사랑. 상처입는 것도 치유받는 것도 사랑. 부정형이면서 불안정. 증오에 반대되는 것이다.
내가 츠바사 씨를 독점한다면 용서받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츠바사 씨가 가장 빛날 때는 자신의 꿈을 쫓아 스테이지 위에서 노래하고 있을 때다.
아아, 안 되겠네... 사랑을 가까이에서 느끼면 나는 어둠이 강해진다.
도심을 걷는다.
지금 화제인 마리아 카덴차브나 이브의 포스터가 눈에 띈다. 분명 조만간에 일본에 방문해서 츠바사 씨와 함께 라이브를 한다고 했던가.
츠바사 씨가 세계에 날개짓하기 위한 첫걸음이 곧 시작된다. 츠바사 씨가 학교를 졸업하면 해외진출로 바빠져 나와 츠바사 씨와의 거리는 벌어지겠지.
그걸로 좋다. 츠바사 씨는 그렇게 세계를 밝게 비추면 된다.
나는 어둠 속에서 그것을 보며 한 때 그랬던 것처럼 다시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면 된다.
그거면 되는데, 이 외로움과 가슴아픔은... 정말로 성가시다.
사랑을 몰랐다면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을 알았기에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세상이란 참 이상하다.
"――오늘은 노래 방송이에요."
오가와 씨를 통해서 작곡가 씨에게 부탁했던 '포스트 록' 장르의 곡이 도착해서 오늘은 이걸 부르려고 한다.
포스트 록이란 록과 비슷하지만 딱 잘라 록이라고는 할 수 없는 귀찮은 장르의 곡이다.
어쨌든 제대로 정의하는건 결국 노래를 부르는 나도 제대로 못하는 거지만,
그래도 정말 좋아한다.
연주는 서툴러서 작사와 보컬로만 참가했지만 어쨌든 아름다운 곡으로 완성되어서 기대하고 있었다.
"포스트 록이고 작곡, 연주는 츠바사 씨와 그 매니저 분을 통해 소개받은 '나이트 클라우드'씨고 보컬과 작사는 저 오링이에요. '달그림자'."
'밤구름 진짜냐', '오링 진지한 곡 진짜임*!?', '노래방이 아니...라고...!?' 시끄러워지는 코멘트. 그도 그렇다. '밤구름' 씨는 진짜 프로이다. 의뢰도 밀려들어 바쁜 와중에 내 목소리 샘플만으로 굉장히 감성적인 곡을 만들어 주셨다. 정말 감사한다.
"헬로- 헬로- 밤이 와 잿빛 달이 떠오른 밤 달그림자
태양(당신) 없는 밤이 오고 어스레 잔잔한 밤 조용한 어둠에 안겨 방안에서
채워지지 않은 밤하늘에 별을 그려"
'장난 아니게 감성적이네', '가사를 오링이 썼다는게 트루?', '오링에게 그런 재능이 있었다니', '오링이 써대던 시가 노래가 됐다...', '멋진 목소리 오링' 오늘은 모에 보이스가 아니다. 소년 보이스다.
"헬로- 헬로- 태양(당신)이 떠올라 빛나는 그대에게 그림자처럼 내가 있어
그걸로 됐어 그대가 빛난다면 나는 그걸로 좋아 푸른 하늘에 녹아들어가"
'짝짝짝짝짝짝', '좋은 곡이다', '과연 밤구름씨다', 'CD발매 아직!?' 무사히 노래를 끝내자 박수갈채가 날아왔다.
"CD는 발매할 예정이 없지만 나중에 녹음한 버전을 제 페이지에 무료 다운로로 공개할 예정이에요."
'공짜로 괜찮아!?', '돈 벌어' 아직은 노래로 돈을 벌 자신이 그다지 없다.
그러니 이번에는 그냥 제공한다.
"정 원하시면 다음 달에 나오는 밤구름 씨의 앨범을 사주세요. 오프 보컬판 어레인지 곡인 '달그림자'가 들어있어요."
'살게', '저기, 예약이 다 끝났는데요. 이거' 아, 이런. 준비했던게 꽤 빨랐네...
"뭐, 앞으로 오리지날 곡이 쌓이면 CD를 낼지도 모르죠."
'메이저 데뷔인가!!!', '아아, 오링이 떠나가...', '오링, 무대에 서는거야?' 아니 모대에 설 생각은 없다. 혹시 만약에라도 메이저 데뷔를 한다고 해도 녹음만으로 끝낼 생각이다.
나는 츠바사 씨와 다르게 무대에 설 용기같은건 없다.
방송을 종료하고 새로운 곡의 가사를 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렇게 새로운 창작활동을 하는건 즐겁다.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서일까.
오늘 밤에도 달은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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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むっつり 무슨 뜻인지 아시면 알려주세요.
*ガチ曲 웃음기 없는 감정적인 계열의 곡을 뜻한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