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에 보이스 쿠소자코 주자의 이야기 130화
축복의 대가
이천년의 저주를 축복으로 덮어 썼다고 해서, 그 원인과 반동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내 안의 신의 부분과, 내 안의 신죽이기인 부분이 부딪쳐셔 사는 것이 '고통'과 '괴로움'이었다.
'나에게 의식을 맞기거라. 아픔을 떠맡아주마... 그렇게 한다면 너의 더는 들어줄 수 없는 신음도 사라지겠지'
어느 쪽이든 한 쪽을 버리면 이 고통은 사라진다.
하지만 신의 힘을 버리면, 나는 '신죽이기'에 의해 내 안의 쉐무하 씨를 없애버리게 되는데다 '내용량'이 부족해져 인간인 채로 죽게 될 것이다.
신죽이기의 힘을 버리면, 나는 '신 그 자체'로 변해버린다.
이 고통은 나의 존재증명.
"그럴 필요... 없어요. 모두 누구나 원하는 내일을 위해 아픔을 감수하는 선택을 해온거에요. 저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 아픔도 곧 나의 일부가 될 것이다.
후도 영감과의 결전 후 뒷처리는 모두 야츠히로 씨에게 내던져버렸기에 덕분에 몸 자체는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다.
당연하게도 나는 이기기 위해 무리를 했다. 무리를 하지 않았다면... 적당히 봐주며 싸웠다면 이기지 못할 상대였던 것이다.
인간의 몸으로 행사한 신의 힘인 '고차예측'. 자신의 현상태에서 '이기기 위한' 길을 도출해낼 수 있는 그 능력으로도 '막다른 길'이 되는 상황 투성이었다... 그럴 때는 '일부러 틀린 선택'을 고르는 것으로 데미지를 입어가면서 길을 개척했다.
신의 힘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다니 그 늙은이는 정말 뭐야 대체...
어쨌든, 등 뒤를 찔릴 걱정 하나를 줄일 수 있었다.
이 다음으로 우리들이 조만간에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은 남극에서 부상해오는 쉐무하 씨의 팔찌와 미라 안의 단편과 방위기능이 달려있는 관과... 굳이 말하자면 결사 잔당 정도일까.
내 문제는, 그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내 선택의 시기는 아직이다.
그ー보ー다.
"엘프나인?"
"으으... 으엑!?"
병실의 문을 열자 그곳에는 나와 쉐무하 씨가 주고받은 대화(거의 나의 혼잣말)를 문 뒤에서 엿듣고 있던 엘프나인이 있었다.
신의 감각을 속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엿듣는건 좋지 않아, 어차피 모두에게는 말하려고 했지만"
혼돈, 이 아니라 하구로를 수감시킨 후 후도 영감을 체포할 때까지 나는 모두와 만나지 않았다.
그건 어디까지나 '최악의 경우'가 일어났을 경우 걱정을 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만남을 뒤로 미루었기 때문이었다.
이 힘에 대한 설명이나, 지금 나의 상태, 아마도 그걸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엘프나인이 첫 상담 상대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시오리 씨는 어떻게 하고 싶은신건가요"
'모두와 함께하고 싶어. 그것 뿐이야.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아직 해야 할 일도 있고... 선택할 필요도 있어"
나는 아직, 이 세계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잔뜩 있었다.
해야 할 일이 아니라, 나 자신이 지닌 내일의 꿈.
그러니 결코 이 별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고, 죽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는 여기에 있고 싶다.
"그 말을 들어서 다행이에요... 혹시, 혹시 시오리 씨가 괜찮으시다면 더욱 정확한 상황파악을 위해 'Beatrice'로 의식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실 수 있나요"
Beatrice, 그건 분명 일전에 마리아 씨의 기억을 들여다보기 위해 사용했고, 엘프나인이 쉬는 겸 자신 속의 캐롤의 기억을 찾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그거구나.
확실히 지금 나라면 의식이 융합할 일도 없겠지. 엘프나인도 사용하는데 꽤 익숙해져 있을 테니.
보여줘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쉐무하 씨에 대한 일을 '말'로 제대로 전하는건 나에겐 어렵고.
"확실히, 내 안의 문제는 간단히 말로 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그러니까, 간단히 보여줘도 괜찮을지 고민이었다.
엘프나인을 믿고 있다. 그렇기에, 정말로 괜찮을지 고민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의식 속에서 내가 잘 안내해줄 테니. 한가한 나머지 네 기억을 좀 돌아다녔었다'
...그런걸 얼마전에 거리를 산책했다는 것처럼 말하다니 정말 스케일이 다르네... 진짜 신은.
"...상관없겠지. 안쪽의 신님도 왠지 의욕이 있는 것 같고... 준비가 돼면 언제라도 말해줘"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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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어두운, 한없는 허무.
그 곳에서 하얀 빛이 서서히 세계의 형태를 만들어갔다.
끝없는 잿빛의 세계가 나타났다.
'잠깐동안 눈을 감아 줄래?'
"네... 네!"
시오리에 목소리에 대답하고 눈을 감은 엘프나인. 그러자 눈꺼풀을 닫았음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눈부신 빛이 퍼져나갔다. 그것은 몇 번이나 색을 바꾸었고, 열이 느껴져서, 마치 몸을 태우는 듯한 열풍이 되어 덮쳐들었다.
눈을 뜨고 그것을 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 정도의 빛에는 눈이 멀 수 있다는 것도 알기에 지금은 보지 않도록 노력했다.
"이제 괜찮아"
허락이 떨어지고 눈을 뜬 엘프나인이 본 것은, 무지갯빛 결정으로 된 기둥이 별빛이 내리는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는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예쁘다..."
"그래, 이게 내 추억 그 자체야"
목소리에 돌아보자 그 곳에 있는 것은 시오리와, 하얀 피부의 여신... 쉐무하였다.
"만나서 반갑구나, 진리의 탐구자여. 내 이름은 쉐무하... 한 때 이 별의 신으로 강림했던 자들 중 하나다"
"당신이... 일전의 싸움에서 모두를 지켜준..."
"내가 한 일은 거의 없다. 모두 사람의 아이들이 자신들의 역사와 스스로 쌓아온 힘으로 이룬 일이지. 신경쓰지 말거라... 그것보다도 목적이 있어서 이곳에 온 것이겠지?"
쉐무하가 말한 대로였다. 엘프나인은 수긍하고 하늘로 뻗어진 '기억의 결정'에 다가갔다.
"맞아요, 저는 시오리 씨의 몸에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시오리 씨가 바라는 '내일'을 손에 넣는 것을 돕고 싶었으니까... 이곳에 왔어요"
시오리의 몸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규격 외',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비해 명백하게 에너지 양의 균형이 맞지 않았다.
지금, 시오리의 상황의 진실에 접근하는 것은 엘프나인의 연금술 뿐인 것이다.
"이건 저밖에 하지 못하는 일, 그리고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일"
처음 만난 그날 밤. 붉은 빛을 두른 뒷모습.
모두와 함께하기 위해서 계속 노력해온 그 모습.
때때로 연금술에만 빠져있는 자신을 모두가 있는 장소로 이끌어주려 했던 그 손.
그녀가 그렇게 변한 것처럼, 엘프나인 또한 카가미 시오리와 많은 이들로 인해 변한 사람 중 하나.
그러니 많은 이들이 슬퍼하지 않도록, 자신이 슬퍼하지 않도록, 고집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결정으로 된 기둥을 만진 손이 으직으직 결정으로 뒤덮여갔다.
흘러들어오는 대량의 정보와 '아픔'에 엘프나인이 비명을 질렀다.
'뭘 하는거야 바보가!'
그 때, 소리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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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힘을 자기 힘이 공격하다니 일종의 초상적인 백혈병일까
시오리도 마냥 편하지는 않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