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에 보이스 쿠소자코 주자의 이야기 120화
저 너머에서
젊었을 적의 기억이 떠올랐다.
연금술이라는 기술을 손에 넣고 들떠있던 시절의 기억. 프랭크는 미지를 밝힌다며 '검은 숲'이라고 불리는 저주받은 금지에 들어섰다.
무지란 죄이며, 너무 많이 아는 것도 죄다.
그곳에 있던 것은 이 별의 모든 것들과는 '근원'을 달리 하는, 진정한 미지이며 '공포'였다.
선행했던 교수를 시작해, 동행한 탐색자들의 모습이 차례차례 사라져갔다.
광기서린 웃음과, 고막이 찢어지고 뇌가 부서질 정도의 '비명'.
심연의 저편에서부터 찾아온 '진정한 공포' 앞에서 인간따위는 티끌, 아니 찌꺼기도 되지 못한다.
하지만 '혼돈'은 그 하찮은 것의 공포를 무엇보다도 좋아했다.
그래서 그만은 살려줬다.
뿐만 아니라 '심연의 예지' 중 하나를 내주었다.
그것이 아눈나키가 만들어낸 인류에게 다양한 공포와 혼란을 심고, 비극과 참극이라는 희극을 보여줄 것이라는 것을 혼돈은 알고 있었으니까.
그 혼돈은, 한 때 아눈나키들과 항쟁을 벌인 초월존재 중 하나이며, 검은 숲에 봉인돼 있던 것은 침략을 위한 단말 중 하나.
허나 그 단말 하나로도 인류에게 있어선 저항할 수 없는 위협인 것이다.
"...절대적인 힘과, 절대적인 폭력, 공포를 뒤덮을 힘, 그것이야말로 우리들의 '왕'에게 필요한 것이다"
현재로 의식을 되돌리고, Linker를 분해해서 제조법을 '이해'했다.
"나를 살려서 돌려보는 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그것만이... 내가 원하는 것이다"
연금술 사상이란 미지를 풀어내고, 신의 섭리마저도 끌어내려 조각조각 해체하는 것이다.
자신과 딸이 만들어낸 자가, 혹은 만들어낸 기술이 그 날의 공포를 짓밟는다면, 그 오만하고 사악한 혼돈을 멸한다면 다른 것은 아무래도 좋다.
그 수단이 모든걸 불태울 폭력이라고 해도, 수많은 인간을 말려들게 해 희생시킨다고 할지라도.
"아아, 역시 너는 재밌는 사내야 프랭크"
그 딸이, 바라마지않던 괴물의 왕이... 혼돈이 깃들 곳이 되어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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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갯빛 결정이 펼쳐져 있는 사막에는 언제부터인지 오아시스까지 생겨 있었다.
카가미 시오리의 정신 속에 펼쳐진 풍경은 꽤나 아름다워져 있었다.
그런데, 시오리가 이 광경을 보는 것은 피닉스와 관련됐을 때이며, 자고 있을 때다.
하지만 파우스트 로브는 지금 수중에 없었을 터였다.
시오리는 그곳에 '존재하는' 이를 감지하고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바랄의 저주에 의해 단편임에도 조각조각으로 봉인된 나를 감지하고, 설마 인식까지 할 줄이야"
순백의 피부를 가진 사람이 아닌 사람. 아주 작은 파편에도 미치지 못하는 존재이며, 무엇보다도 강고한 '개체'로서의 존재를 확립한 시오리를 어떻게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은 없지만, 확실히 '초월적인 존재'로써의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시오리는 생각했다. 눈 앞의 존재가 무엇인가, 적어도 바랄의 저주의 존재를 알고있다는 것은 선사문명과 관련된 존재인가.
"당신은, 누구?"
"내 이름은 쉐무하. 너희들이 카스토디안, 아눈나키라고 부르는 존재 중 하나. 너희들의 창조자쯤 되는 존재다"
아무래도 짐작이 맞은 것 같았다. 허나 그 '신'이 어째서 일개 소녀에게 깃들어 있지?
아니, 시오리에겐 짐작가는 점이 있었다.
시오리는 신과 연관된 적이 있었다.
인주의 신, 하나가 되는 것으로 그 고독과 아픔에서 도망쳐, 안식을 바랐던 것.
허나, 그 신은 이 별의 생명의 순환으로 돌아갔다.
"너의 상상대로, 그 '합일화'한 자들이 남긴 만큼의 내 파편과 네 속의 파편, 그리고 수많은 타자와의 관계가 축적한 결과, 인식될 수 있을 정도까지 내가 재생했다"
시오리는 과연, 하고 시원스럽게 이해했다.
하지만 그 신을 눈 앞에 두고, 시오리는 어떤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쉐무하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고마워요. 우리들 인간을 만들어 줘서"
"...우리들이 무슨 생각으로 너희들 인간을 만들어냈는지 묻지도 않고 말이냐"
"설령 무슨 목적이 있었다고 해도, 지금 제가 여기에 존재할 수 있고 많은 사람과 있을 수 있는 것은 당신들 아눈나키 덕분이에요"
사람은 아눈나키가 있었기에 태어났다. 그리고 사람이 태어나 역사를 이어갔기에 카가미 시오리라는 소녀가 여기에 있다.
거기에 어떤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하아. 흥이 식었다. 네 몸을 빼앗아 빙의할 셈이었지만 그만뒀다"
"처음부터 그럴 속셈은 없어 보였는데요"
"아무리 그래도 신의 앞인데 뭐냐, 그 태도는"
아눈나키도 결코 완전하고 완벽한 존재는 아니다. 같은 동족이라고 해도 싸우는 개별적인 존재이다.
그런 중에 쉐무하는, 이어질 수 없는 아픔과 괴로움, 그리고 고독을 치유하기 위해 모든 생명을 하나로 만드는 것을 바랐던 아눈나키였다.
이어질 수 없고,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면 억지로라도 이어지게 하려 했지만, 상대편에서 다가와 이해하려 해준다면 일부러 그럴 필요는 없다.
마음 편하고,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는 시오리의 존재는 결코 나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너는 우리들 아눈나키가 설계한 상태에서 일탈한 존재임에도 타인과 이어질 수 있는 존재인가. 나로서도 경탄할 만하군"
피닉스 인자에 의해 몇 번이나 죽음과 재생을 반복한 시오리의 존재는, 당연하게도 보통 사람과 다른 형태를 가졌다.
비유하자면 스크랩&빌드가 반복되고, 안쪽의 소프트웨어마저도 업데이트와 오리지널 프로그램이 뒤섞인 스파게티 코드.
키메라 어댑트*라고도 불릴법한 꼴이다.
"설령 제가 이전 그대로였다고 해도, 이어지기 위해, 함께 존재하기 위해 걸어가야 할 길은 분명 괴롭고 아프고, 고민하거나 헤메거나 하고, 모든 것을 전하는 것따위 할 수 없었겠지만... 그래도 저는 저로서 존재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그곳에 아픔이 있는 것도, 괴로움이 있는 것도 거짓은 아니다.
엇갈리는 것도, 전해지지 않는 것도.
하지만 그것을 포함해, 개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축복'이라고 하는 소녀.
쉐무하는 그것을 이해했을 뿐만 아니라, 몸의 제어를 빼앗는 것도 무리라고 판단했다.
어차피 '메가라니카'에서도 자신의 단편이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축복'을 실행하는 것이 자신이 아닌 그 단편이라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마지막에는 하나가 된다.
이 개체임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소녀도, 그 소녀가 사랑하는 이도, 자신과 서로 이해하지 못했던 아눈나키들도.
그러니 지금은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 쉐무하의 단편은 그것을 용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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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해보니 작가님이 전에 콜라보 하셨던 헥사기어라는 작품의 설정 중 하나가 나오네요. 키메라 어뎁트란 '파츠의 증설로 복잡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조작성, 전투 능력 등의 면에서 안정된 수성이 발현한 어셈블을 지칭하는 기술 용어'라고 합니다.